완주군 소양면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위봉산의 능선을 병풍처럼 두르고, 오성제 저수지를 중심으로 옛 한옥들이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이 마을은 오늘날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북의 경관 명소로 우뚝 섰다.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과는 달리,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옥과 숲길, 그리고 주민들의 소박한 삶이 살아 숨 쉬는 마을. ‘작지만 강한 마을’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성한옥마을은 마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의 마을이다.
△‘마을회관 하나 없던 시절’에서 출발한 주민 자치
‘오성(五城)’이란 이름은 과거 오도리(오도치)와 외성리(위봉산성 외곽 마을)가 하나로 통합되며, 각 마을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탄생했다. 이름 속에 과거와 현재, 산과 물, 사람과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현재 오성한옥마을에는 50가구, 8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2012년 4월,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워크숍이 열렸다. 회관이 없던 시절, 당시 이장이던 이우석 씨의 집에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 오성한옥마을 변화의 시작이었다. 주민들은 직접 마을을 걸으며 자원을 조사했고, 닥나무, 저수지, 한옥, 종교 문화, 생태 경관 등 수십 가지 자원을 목록으로 정리해 마을 만들기의 기초를 다졌다.
기획부터 공모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진행된 마을 만들기 사업은 지역창의 아이디어 공모, 한옥마을 조성사업, 문화생태숲 조성 등 다양한 경로로 이어졌고, 공모 선정이 계속되면서 마을의 토대가 하나씩 세워졌다. 모두가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즈넉한 경관이 만든 기적… 연 70만 명이 찾는 마을
오성마을의 가장 큰 강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성공 사례만을 따라가기보단, 실패한 마을을 일부러 방문해 그 이면의 원인을 살폈고, 갈등의 해결방식과 마을 운영 방식 등을 깊이 배우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체화해 나갔다.
이런 학습은 매 반상회 때마다 반복됐다. ‘우리 마을이 어떤 곳이 되기를 원하는가’, ‘현재 문제는 무엇인가’,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이 반복되었고, 주민들은 그것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했다. 주민 간 신뢰가 쌓이면서 마을 자치 운영 규정도 스스로 제정했다. 건축은 한옥을 원칙으로 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막으며, 주민 갈등은 규정 안에서 조율되도록 했다.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개정된 이 규정은 오늘날 오성마을 공동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오성한옥마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경관’이다. 종남산과 위봉산, 그리고 오성제 저수지라는 자연의 선물이 주는 아름다움에 더해, 주민들이 정성껏 지은 25채의 한옥이 그 경관을 완성한다. 이 고즈넉한 풍경은 도시민들에게 '쉼' 그 자체다.
오성마을은 경관 개선 공모에 꾸준히 참여해 그 자원을 현실화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한옥을 중심으로 한 경관 정비는 마을의 품격을 끌어올렸다. 지금의 마을회관,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공원 등은 그 결과물이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인파로 붐비진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되어 관광객들은 더 조용히, 더 길게 머물다 간다. 현재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마을로 성장했다는 것은 주민 자치의 성과이자, ‘경관이 곧 콘텐츠’가 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자연을 품은 경관과 문화를 담은 공간
이 마을엔 문화와 예술이 자연처럼 녹아 있다. 250년 된 고택을 이축한 ‘아원’, 종남산을 배경으로 한 ‘오스 갤러리’, 한봉림 도예가의 전시와 체험 공간, 한국서화협회가 전시회를 여는 ‘그림터 갤러리’ 등이 오성마을만의 예술 자산이다.
특히 오성마을은 전북 도내에서 보기 드물게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4대 종교가 함께 만든 ‘성지 순례길’도 자리하고 있다. 신앙의 여정과 자연의 길이 만나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아원고택은 오성한옥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여진 이곳은 종남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하며, 숙박공간과 갤러리,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만휴당, 연하당, 설화당 등 고택 4채와 별채, 갤러리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조용한 사색과 전통문화 체험이 함께 가능하다.
또 아원고택에서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면 소양고택이 나온다. 이곳은 2010년 여름 고창과 무안에서 철거 위기에 놓였던 고택 3채를 현재의 자리로 이축한 공간으로,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복원됐다. 소양고택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재즈 공연, 아트페어,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성한옥마을은 단지 옛 것을 지켜온 마을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경관을 함께 창조해낸 공동체다. 앞으로는 마을 내 복합문화교육공간 조성도 구상 중이다. 관광객 안내와 동시에 주민 교육, 외부 마을의 벤치마킹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오성한옥마을 귀농귀촌 1세대인 최수강 이장은 “우리 마을이 아름다워진 이유는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참여 덕분”이라며 “경관은 스스로 가꾸고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마을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오성한옥마을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자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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