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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교문화 - 곳곳에 수많은 명승고찰…국보·보물급 문화재 가득

지리산은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사방팔방으로 펼쳐놓은 계곡 곳곳에 수많은 명승고찰을 품고 있다. 실제로 남원시 인월을 지나 경남 함양 쪽으로 가다보면 국보 제10호인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이 천년 세월을 지키고 있는 '백장암'이 나온다. 백장암을 지나면 실상사가 나오고 함양 땅으로 들어서면 안국사, 영원사, 벽송사 등 유명 사찰들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잇따라 나타난다. 이들 표지판 중간 중간에 반야정사, 용문사, 견불사, 화림사 등 각 종파의 절과 암자들이 안내된다. 지리산의 불교사찰은 하동 41개, 산청 47개, 함양 12개, 구례 21개, 남원 29개 등 150개에 달하고 있다.△지리산 지명에 깃든 불교지리산(智異山)이란 산 이름 자체가 불교와 관련이 있다. 불교 전래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지리산은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의 도량'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연스럽게 많은 절과 암자가 들어섰고, '특이하게 슬기롭고 지혜로운 산'이라는 뜻인 '지리산(智異山)'이 산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또 지리산 봉우리 가운데 제석봉과 반야봉은 불교 문화가 그대로 깃든 대표적 사례다. 실상사 응묵스님은 "반야봉의 '반야'는 불교에서 '지혜'를 뜻한다. 깨달음의 봉우리, 지혜의 봉우리가 바로 반야봉이고, 또 성불로 가는 지름길이 반야봉이라는 의미가 그 이름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천왕봉 아래 제석봉은 제석천왕이 다스리는 불교의 하늘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불교식 이름이다. △전래 초기부터 지리산에 깃들다한반도에 불교가 맨 처음 상륙한 곳은 고구려(372년, 소수림왕 2년)였고, 12년 후 백제(384년, 침류왕 1년) 왕실도 불교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신라는 527년 이차돈이 순교한 뒤에야 국교로 공인했다. 지리산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전래 초기인 삼국시대다. 동국여지승람 등 각종 기록에 따르면 지리산의 천년 고찰들 중에서 구례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에 인도에서 온 승려 연기조사가 세웠다. 연기조사는 또 산청 법계사를 신라 진흥왕 때인 544년에 열었다. 하동의 쌍계사는 통일신라 성덕왕 21년인 722년에 대비삼법 두 스님이 세웠고, 남원 실상사는 통일신라 흥덕왕 때인 828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가람이다. 불교가 들어온 초창기부터 산세가 크고 풍광이 수려한 지리산은 스님들의 수행 정진과 불법을 전하는 가람으로서 매력적인 공간이었던 셈이다. 특히 지리산은 문수보살의 도량이라는 유명세를 타면서 수많은 사찰들이 속속 들어섰고, 잦은 화재와 전란 속에서도 중창을 거듭하며 뿌리를 이어왔다. △보물 덩어리명산은 큰스님들이 알아보았다. 일찍이 부휴선수, 청허휴정, 벽암각성, 소요태능, 벽송지엄 등 당대의 고승들이 지리산 유명 사찰들에서 수행하고, 불교의 명맥을 이어왔다. 근래에는 성철스님과 향곡스님 등이 산청 영원사, 상무주암 등에서 수행했다. 깊은 산,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뛰어난 스님들이 있었기에 지리산은 천년 불교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리산의 천년고찰에는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들이 수두룩하다. 천혜의 자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찰은 천년 넘게 이어져 오는 동안 건축 양식과 건축기술, 회화, 조각, 주물, 단청은 물론 불교음악 범패까지 고스란히 전승해 왔다. 삼국시대 이후 통일신라, 고려, 조선, 일제시대를 거치며 전쟁 등 재앙이 되풀이 됐지만, 지리산의 사찰들은 폐허의 아픔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서곤 했다. 불교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고승들의 탁월한 지도력, 그리고 신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남원 실상사는 단일 사찰로는 문화재급 보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은 국보 제10호이고, 실상사 수철화상능가보월탑(보물 제33호)실상사 수철화상능가보월탑비(보물 제34호)실상사 석등(보물 제35호)실상사 부도(보물 제36호)실상사 삼층석탑(보물 제37호) 등 사찰 내 대부분이 문화재나 다름없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630년대에 중수된 화엄사는 국보 제67호 각황전, 국보 제12호 각황전 앞 석등, 국보 제301호 영산회괘불탱을 비롯해 동서오층석탑, 대웅전 등 수많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산청 내원사에는 우리나라 현존 비로자나불 가운데 가장 오래 됐다는 석조비로자나불(보물1021호)이 있다.△다양한 문화유산지리산에서는 선교양종이 고루 발전해 왔다. 실상사가 구산선문을 처음 받아 들여 선종을 발전시켰고, 화엄사는 장육전(옛 각황전)에 화엄석경(보물 제1040호, 화엄경을 새긴 석판)을 봉안할 만큼 경전을 중시했다. 쌍계사는 불교음악인 범패를 널리 대중화했다. 지리산의 사찰에는 명필들의 글씨도 많다. 쌍계사 진감선사의 탑비(국보 제47호)는 고운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 글씨를 썼다. 천은사 일주문 현판인 '지리산 천은사' 글씨는 조선 4대 명필 중 한사람인 이광사(李匡師)가 쓴 수체이고, 천은사 보제루는 이광사의 제자 창암 이삼만이 썼다. 화엄사 일주문의 '지리산화엄사' 현판은 선조의 아들 의창군이 1636년에 썼고, 화엄사 각황전 현판은 형조참판 이진휴가 썼다. 근래엔 실상사 천왕문 현판을 여산 권갑석이 쓰는 등 당대의 명필들의 글씨가 사찰마다 즐비하다. 지리산 불교유적에는 차 문화도 깃들어 있다. 828년(신라 흥덕왕 3)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처음으로 재배한 곳이 바로 쌍계사 주변이다.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차 시배지 기념비가 있지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화엄사 일대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차 문화는 수행처인 사찰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사찰을 중심으로 종이와 목공예 등 생활문화도 발달했다. 지리산의 스님들은 전란으로 사찰이 불타는 피해를 입으면서도 전란이 일어나면 승병으로 참전, 호국불교 정신을 이어 왔다.

  • 기획
  • 김재호
  • 2013.08.02 23:02

5. 삼국시대 고분·산성 유적 - 곳곳에 야철지…철기문화 꽃 피운 보물창고

백제 멸망 이전까지 운봉고원을 비롯한 지리산 지역은 삼국시대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 중앙부에 위치해 영호남을 잇는 교통의 심장부이자 전략상 요충지였다. 또 백제와 대가야, 가야계 소국들이 서로 교류하는 데 있어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던 곳이다. 지리산 권역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풍부한 철을 바탕으로 철기 문화를 꽃피웠던 운봉고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백제와 신라가 이곳의 패권을 두고 20년 넘게 혈투를 벌였을 정도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이 "남도의 관방은 운봉이 으뜸이고, 추풍령이 다음이다. 운봉을 잃으면 적이 호남을 차지할 것이고, 추풍령을 잃으면 적이 호서를 차지할 것"이라며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을 만큼 운봉고원은 천혜의 자연요새였다.△운봉고원 고분군, 철기문화 비밀 담은 블랙박스 지난 2010년 고고학계와 역사학계의 이목이 운봉고원에 집중됐다. 남원 월산리에 있는 가야계 고총 M5호분에서 중국제 청자인 '계수호(鷄首壺)'가 발굴됐기 때문이다. 계수호는 백제왕의 주요 하사품으로 알려진 최상급 위세품(威勢品)의 하나로 익산 입점리, 공주 수촌리, 천안 용정리 등 백제 영역에서만 출토됐었다. 이와 함께 신라의 천마총황남대총 출토품과 흡사한 '철제초두(鐵製 斗)'를 비롯해 금제 귀걸이, 갑옷과 투구, 기꽂이 등 가야계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야계 고총에서 계수호와 철제초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고령 지산동과 합천에서 출토된 금동관을 제외한 모든 가야계 위세품이 M5호분에서 나왔다. M5호분 외에도 남원 유곡리두락리 등 운봉고원의 가야계 중대형 고총고분은 80여기에 달한다. 30m 이상 되는 초대형급을 포함해 대부분 봉토의 직경이 20m에 달하는 이들 고분군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 서쪽에서 최대 규모다. '고분의 입지와 외형은 내부구조 및 부장유물과 함께 고대사회의 총체적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당시 '운봉가야'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운봉가야 철기문화의 비밀을 간직한 고분들 상당수가 아직 발굴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 고대사회의 문화권과 정치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운봉고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달궁계곡바래봉 등 야철지 산재실상사 철조여래좌상, M5호분에서 발견된 철제초두, 기꽂이 등 지리산에 철기 유물이 많은 것은 곳곳에 풍부한 철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운봉고원 일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철광석은 니켈이 함유된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마한 왕의 달궁터를 중심으로 남쪽 하점골과 남서쪽 봉산골 등 달궁계곡 인근에서는 많은 야철지가 발견됐다. 당시에 철광석을 녹여 철을 생산하던 제련로가 있었던 곳에는 5㎝ 내외의 크기로 잘게 부순 철광석이 봉분처럼 쌓여있다. 철광석의 채광부터 숯을 가지고 철광석을 환원시켜 철을 추출해 내는 제철공정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막 문을 연 철의 유적공원을 연상시킬 정도로 유적의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 이는 지리산이 일찌감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만복대에서 바래봉까지 이어진 산줄기 서쪽에도 3개소의 야철지가 있다. 운봉읍에서 지방도를 따라 정령치로 향하면 선유폭포에 도달하는데, 그 부근에 쇠똥(쇠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다. 남원 고기리 야철지도 운봉고원에서 발견된 야철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세걸산 서쪽 금새암골에도 수철리 야철지가 있는데, 수철리라는 마을의 지명도 철 생산유적에서 유래됐다. 해마다 5월 철쭉제로 유명한 바래봉 서쪽 골짜기에도 철광석을 볼록하게 쌓아놓은 산덕리 야철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야철지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운봉고원은 철의 생산부터 주조기술까지 응축된 당시 철의 테크노밸리였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백제신라 운봉고원 패권 경쟁삼국시대 때 백제와 신라의 최대 격전지가 아막성이다. 아막성은 남원 아영고원에 있는 돌로 쌓은 포곡식 산성으로 산성 둘레가 633m에 이르고 동서북문 터가 남아있으며 치성토루우물적대수구 등이 확인됐다. 운봉가야가 처음 터를 닦고 백제신라에 의해 개축됐고, 현재의 성벽은 후백제의 견훤이 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백제는 신라의 아막성을 차지하기 위해 20년 넘게 신라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백제 무왕은 즉위 3년 만에 4만의 군대를 동원해 아막성을 공격했지만 대패했고, 616년에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624년 백두대간을 넘어 운봉고원을 다시 백제에 예속시켰고, 이를 발판으로 경남 함양까지도 백제의 영향권으로 편입시켰다. 백두대간에서 20년 넘게 계속된 아막성 전투는 철산지인 운봉고원을 차지하기 위한 철의 전쟁이다. 백제 무왕의 중흥프로젝트를 위해 철산지인 운봉고원의 장악이 절실했던 것이다.

  • 기획
  • 김정엽
  • 2013.07.26 23:02

4. 생태계 보고-동물…서식환경 다양한 야생돌물의 천국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에는 일제 징병을 피해 지리산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만든 보광당의 두령 하준규가 칠선계곡과 벽송사 일대에서 호랑이를 사냥했다는 대목이 있다. 소설의 무대인 함양군 백무동 지역 주민들은 어린시절에 듣고, 또 보았다는 호랑이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사라졌다. 사향노루도 지리산 만복대 일대를 중심으로 살았다고 하지만, 찾을 수 없다. 얼마 전 KBS가 지난해 7월 백두대간에서 촬영했다며 사향노루 동영상을 방송했지만, 그 후 흔적이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 서식 동물은 포유류 42종, 조류 135종, 양서류 13종, 파충류 14종, 어류 52종, 곤충 4,536종 등 모두 4,792종에 이른다. 식물 1,522종과 기타 고등균류 등 561종까지 합하면 6,977종에 달한다. 전국 국립공원 중 으뜸이다. 설악산도 4,612종에 불과하다. 이는 483㎢에 달하는 면적이 흙으로 덮여 있어 영양이 풍부한데다, 해발 1915m까지 각 고도별로 서식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반달가슴곰 27마리 서식지리산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반달가슴곰과 담비, 삵, 너구리, 족제비, 오소리, 수달, 멧돼지, 노루, 고라니, 하늘다람쥐, 다람쥐, 청설모, 고슴도치, 두더지, 땃쥐, 관박쥐, 흰넓적다리붉은쥐, 등줄쥐, 멧토끼 등이다. 이 중 반달가슴곰은 멸종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정부가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연간 400여마리가 포획될 만큼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에 많이 살았다. 하지만 1983년 5월 설악산에서 포수의 총에 맞아 1마리가 잡힌 후 사라졌다. 다행히 1997년 개체가 확인됐고, 2002년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반달가슴곰팀이 설치되면서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당시 2마리를 지리산에 방사, 야생곰 복원 가능성을 확인한 정부는 2004년에 러시아와 북한 등에서 수입한 곰 등 6마리를 추가 방사했다. 그 결과 2009년 2월에 반달가슴곰이 야생 출산에 성공했고, 2010년 2월에는 쌍둥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24마리를 꾸준히 출산, 지리산의 야생 반달가슴곰은 이제 27마리에 달하고 있다. 다만 수컷 출산이 많아 '종복원기술원'의 고민이 크다. △최상위 포식자 담비호랑이가 사라진 지리산에서 먹이사슬 최상위층에 올라선 담비도 주목할 동물이다. 담비는 2003년만 해도 3마리가 확인됐을 뿐이었다. 이 후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지리산 등에서 담비 추적 조사활동을 벌여온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월 담비가 최상위 포식자이자 넓은 행동권(22.359.1㎢)을 가진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서 건재하다는 조사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팀이 담비의 사냥 장면을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담비의 배설물 414점을 분석한 결과, 담비는 청설모와 다람쥐, 멧토끼, 두더지, 말벌 등 동물성 먹이( 50.6%)를 다양하게 섭취했다. 담비는 35마리 단위로 무리지어 사냥을 하며, 연간 멧돼지 9마리, 청설모 75마리 정도를 사냥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작물 피해를 주는 멧돼지와 고라니, 견과류에 피해를 주는 청설모, 양봉과 토종벌에 피해를 주는 말벌 등을 담비가 사냥하니, 주민들로서는 이로운 동물이다. △곤충류 4,536종 서식까막딱따구리, 원앙새 등 무려 135종의 조류가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다. 맹금류인 참매와 황조롱이, 올빼미, 솔부엉이, 소쩍새, 솔개, 독수리 등이 숲 생태계를 한층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수달도 지리산의 소중한 동물 자원이다. 1997년 1월 잠복 끝에 섬진강에서 수달을 카메라에 담는 데 처음 성공한 우두성씨(구례문화원장)는 "120일간 한자리에서 잠복해 있다가 수달을 포착할 수 있었다"며 "수달은 겁이 많아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지만 나중에 친해지면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달은 섬진강 뿐 아니라 남원 운봉에서 함양으로 이어지는 람천 등 지리산을 휘감아도는 강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또 지리산의 여러 하천에서는 갈겨니와 꺽지, 돌고기, 각시붕어, 기름종개, 돌마자, 진몰개 등 52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도롱뇽과 물두꺼비, 청개구리 등 13종의 양서류와 아무르장지뱀, 유혈목이, 능구렁이, 누룩뱀,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등 14종의 뱀이 살고 있다. 또 지리산에는 검은물잠자리, 비단벌레, 호랑하늘소 등 무려 4,536종의 곤충류가 살고 있다. 이는 전국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생태계의 보고 지리산의 건강함이다. △보호 대책 절실그동안 사람들은 사냥총은 물론, 올무와 청애 등 불법엽구를 설치해 야생동물을 마구 사냥했고, 결국 호랑이와 사향노루 등이 사라지고 말았다. 불법 엽구 뿐만 아니라 '로드킬'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공원 지리산 북부사무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공원 내 도로를 모니터링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삵을 비롯해 모두 388개체가 로드킬을 당했다. 게다가 로드킬 개체수는 2010년 56개체, 2011년 64개체, 2012년 77개체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리산 멸종위기종이 25종에 달하고, 모두 17개의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166.30㎢)과 생태경관보전지역(20.20㎢)이 지정돼 있지만 동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리산에 호랑이와 사향노루가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반 조사 연구가 필수적이다. 서정호 교수(순천대 교수지리산권문화연구단)는 "지리산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 동식물에 대한 좀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 연구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 기획
  • 김재호
  • 2013.07.19 23:02

3. 생태학적 가치 - 야생 동식물 6977종 서식… 국립공원 중 최다

'어머니 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은 태고의 자연을 간직하며 수억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생명을 보듬어 왔다. 현재 동식물 6977종이 자생하고 있는 지리산은 우리나라 21개 국립공원 중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식물군은 1522종으로 한라산다도해해상 국립공원 다음으로 많다. 반달가슴곰, 꼬마잠자리부터 기생꽃, 복주머니란까지 멸종위기야생 동식물 36종이 은밀한 공간에서 살아가기에 지리산은 최적의 조건이다. 이 중에서도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천혜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지난달 25일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 박은희 계장과 함께 왕등재 탐사길에 나섰다. '2008 람사르 총회' 공식 탐방지로 생태계 핵심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있어 공단의 사전 허가가 있어야만 탐방이 가능하다. 왕등재로 올라가는 길은 수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림에 가까웠다. '반달곰 주의' 표지판이 곳곳에 걸려 있고 오소리가 막 파놓은 굴은 이곳이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왕등재에 가까워질수록 시야를 가리던 수풀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대신 습지식물 사초류가 해발 800m 지점에 군락을 이뤄 넓게 퍼져 있었다. 습지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일반적인 산은 정상으로 갈수록 수량이 줄어드는데 비해 왕등재로 가는 길은 고지로 갈수록 습기를 머금고 있다. 사초 군락을 따라 10여분을 더 걷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해발 967m 왕등재 습지. 지리산 주능선 동쪽 끝자락 여러 봉우리에 둘러싸인 2170㎡의 습지는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그야말로 세상과 완벽히 차단된 곳이었다.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식물군. 희귀식물인 꽃창포 뻐꾹나리 창포가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조그마한 생명의 요람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인 꼬마잠자리(멸종위기종 2급), 큰땅콩물방개를 비롯해 깊은 산속 외에는 발견되지 않는 산골조개 등 5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또 식물들이 뿌리를 내린 이탄층(부패와 분해가 완전히 되지 않은 식물의 유해(遺骸)가 진흙과 함께 늪이나 못의 물밑에 쌓인 지층)은 왕등재의 생성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지형경관지질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정영륜 경상대 식물생명공학연구소장은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된 산지 습지들이 비교적 자연환경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충실히 기록한다. 특히 이탄층에 있는 여러 가지 미생물들은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대상이다"고 말했다. 천연자연의 보고 왕등재 외에도 지리산 전역에는 가시오갈피 개병풍 기생꽃 노랑붓꽃 백부자 산작약 세뿔투구꽃 복주머니란 칠보치마 대홍란 석곡 등 멸종위기 2급 식물 11종이 서식한다. 또 분비나무 지리괴불나무 나도제비난 등과 함께 구상나무가문비나무주목철쭉 군락 등은 지리산 생태를 유지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처럼 지리산에서 많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리산의 기후가 식물 성장에 최적의 조건이다. 전주기상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 평균 강수량은 1479.1㎜, 30년 평균 강수량은 1307.7㎜다. 반면 지난해 지리산 AWS(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관측된 연 강수량 2934.5㎜, 뱀사골에서는 2423.5㎜로 나타났다. 평균 강수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생명의 근원인 물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지리산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음으로 지형적 조건을 들 수 있다. 18억6000만년 대륙 간 충돌로 지하에 있던 화강암이 지표로 노출돼 형성된 지리산은 오랜 시간 동안 풍화작용과 지각변동을 받으면서 고위평탄면이 형성됐다. 오장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 화강암이 침식 되면서 퇴적물이 쌓였고 정상 부근에서 운반된 물질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면서 지리산 곳곳에 평탄면들이 발달했다. 이런 지형적 여건이 여러 가지 동식물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기획
  • 김정엽
  • 2013.07.12 23:02

2. 자연이 빚어낸 미학 - 구름위 산봉우리 물결 장엄하고 신비한 풍광

지리산에 한번쯤이라도 올라본 사람은 하얀 구름 위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봉우리 물결 앞에서 경이로운 탄식을 토해내고야 만다. 태백산맥이 서남쪽으로 갈라져 남쪽으로 쭉 내려오다 굽이치듯 솟아오른 지리산의 풍경은 아름다움에 장엄한 빛이 더하여 바라보는 사람들을 한껏 겸손하게 만든다. 한꺼번에 앞 다퉈 솟아오른 수십 개의 산봉우리들은 하늘과 맞닿은 듯한 정점에서 완만하게 혹은 급하게 굽이쳐 흘러내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언덕과 계곡, 수풀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신령스러운 세계를 펼쳐내었다. 천왕봉이며 노고단에 오른 사람들은 사방 팔방으로 눈길 미치는 곳마다 뿜어져 나오는 신령스러운 기운에 매료되고, 마치 신선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드니, 예부터 사람들은 지리산을 신선세계로 알고 자신을 낮췄다.△동서로 뻗은 최고봉들동서 34㎞, 남북 26㎞, 둘레 320여㎞, 면적 483㎢에 달하는 거대한 지리산은 3대 주봉인 천왕봉-반야봉-노고단이 하늘에서 마치 푸른 비단을 아래로 활짝 펼쳐놓은 듯한 형세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지리산 정상에 오르면 마치 하늘정원에 와 노닐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지리산의 최고봉은 통천문을 거쳐야 비로소 오를 수 있는 천왕봉(해발 1915m)이다. 대장 봉우리인 천왕봉에서 시작한 산봉우리들은 그야말로 하늘정원을 이루며 서쪽 주능선을 따라 부챗살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천왕봉-제석봉(1806m)-연하봉(1651m)-촛대봉(1708m)-칠선봉(1558m)-덕평봉(1521m)-형제봉(1443m)-토끼봉(1533m)-반야봉(1751m)-노고단(1507m)에 이르는 장장 40㎞짜리 산악 마라톤 코스다. 천왕봉, 반야봉처럼 해발 1500m 이상인 20여개의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며 걷노라면 눈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포근하고, 아기자기하고, 장엄한 풍광이 반긴다. 끝 모를 곳까지 펼쳐지는 운해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산봉우리들이 저마다 사방으로 치렁치렁 늘어뜨린 능선과 계곡에는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과 평전, 계곡물이 운해와 낙조, 일출, 단풍, 꽃 등 온갖 삼라만상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지리산 10경예로부터 지리산의 아름다움은 10경으로 대표됐다. 선인들은 천왕봉 일출, 피아골 단풍, 노고단 운해, 반야봉 낙조, 벽소령 명월, 세석평전 철쭉, 불일폭포, 연하선경, 칠선계곡, 섬진청류 등 지리산 곳곳에서 구경할 수 있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통해 '지리산의 미'를 좀 더 널리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근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전국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 100곳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는데, 무려 16곳이 지리산에 있는 경관이었다. 뱀사골 계곡과 노고단 운해, 바래봉 철쭉, 지리산 일출, 칠선계곡, 제석봉에서 바라본 운해, 노고단에서 바라본 천왕봉, 피아골 계곡, 다랭이 논, 쌍계사 벚꽃길, 산수유마을, 화엄사 각황전, 곰이 있는 풍경, 화엄사계곡과 섬진강, 촛대봉에서 바라본 세석평전, 노고단 등이다. 특히 화엄사 일원과 한신계곡 일원은 일찍이 명승으로 지정됐을 만큼 유명세가 톡톡하다.△곳곳이 명승지리산에는 천왕봉 같은 산봉우리를 비롯해 칼바위, 사자바위, 뱀사골, 한신계곡, 불일폭포, 뱀소, 용소, 세석평전, 정령치, 성삼재 등 1백 개가 넘는 수많은 명승지가 있다. 하지만 지리산에는 이름 없는 명승지가 더 많다고 한다. 그 만큼 지리산에는 아름다운 풍경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3월 발표한 제11회 국립공원 사진 공모전 당선작으로 97개 작품이 발표됐다. 대상 작품은 지리산 뱀사골 계곡의 풍경을 렌즈에 담은 남광진씨의 작품 '5월의 꽃 수달래'였다. 이 작품은 계곡 주변에 핀 수달래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쏟아져 내려오는 계곡물이 멋지게 이룬 조화를 절묘하게 포착해 냈다. 이밖에 지리산의 자연경관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다수였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지리산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 아래로 흘러내리는 무재치기 폭포의 풍경, 바래봉 철쭉, 만복대의 봄, 노고단의 봄, 지리산 꽃동산, 장터목에서 본 능선과 남해, 고사목지대, 고사목과 반야봉의 구름, 노고단의 아침 등 지리산 곳곳의 능선과 폭포, 계곡, 꽃, 나무, 기암괴석 그리고 주변 구름, 하늘 등이 한번 어우러지면 걸작으로 탄생했다. △동에는 남강, 서에는 섬진강지리산에는 산과 계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천왕봉에 떨어진 빗방울은 실낱같이 흐르다가 계곡물이 되고, 계곡물은 강으로 흘러 바다로 나아간다. 지리산은 화강암 위에 흙이 두껍게 덮인 토산이어서 항상 물을 풍부하게 품고 있다가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주듯이 만물에 생명수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지리산의 생태계는 건강하고, 활기차다. 지리산 동서를 가로지르는 주능선 북동쪽에서 형성된 임천강-엄천강-경호강 등 물줄기는 곳곳을 휘어돌아 함양과 산청군을 거쳐 진주 남강으로 흘러든다. 서남쪽에서는 남원 요천 등이 합수하는 섬진강이 구례 곡성을 거쳐 하동으로 빠져나간다. 어머니의 치마를 촤악 펼쳐놓은 듯한 지리산 자락의 끝부분을 구곡간장처럼 휘어들며 흐르는 이들 생명의 물줄기들은 지리산이 선사하는 또 다른 멋진 풍광을 곳곳에 쏟아낸다. 남원에서 만난 이병채 씨(남원문화원장)는 "지난 1965년부터 지리산을 오르며 지리산 구석구석을 다녀보았다. 지리산은 웅장하면서도 어머니처럼 포근하고,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세계 유수의 산과 비교해서 결코 빠지지 않는 명산이다"라고 그 아름다움을 말했다. 사실 인간은 지리산이 주는 아름다움을 받아만 온 것이 아니다. 실상사, 화엄사 등 지리산에 자리잡은 수많은 사찰과 암자는 물론 마을과 주민들이 만든 다랭이논 등은 주변 자연풍경과 절묘한 조화미를 만들어 냈다. 남원시 산내면 중황리 등 산골 오지의 다랭이논들은 산사람들이 억척스럽게 새긴 눈물의 조각품이다.

  • 기획
  • 김재호
  • 2013.06.21 23:02

1. 프롤로그 - 생태, 문화, 종교, 인간이 함께 숨쉬는 지구촌 명산

높이 1915m, 동서길이 50㎞, 남북길이 32㎞, 둘레 320㎞, 총면적 483㎢에 4994종의 동식물군, 3개도 5개 시군을 품고 있는 지리산.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자연경관과 수천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혜자원의 보고다. 오랜 세월 보통 사람들의 생활문화 터전이자 많은 역사 유적과 종교 그리고 빼어난 생활경관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백두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리며 신성한 '어머니산'으로 통했다. 특히 한국의 산 중 지리산만큼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산', '인문의 산', '역사의 산'으로서 의미와 정체성을 갖는 산은 없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중에서도 자연과 생태, 역사, 문화, 취락, 종교, 사람의 삶이 결합된 산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보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지리산이 가진 생태역사인문적 자산들을 재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리산의 세계복합유산 등재 가능성과 등재를 위해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2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지리산에 얽힌 역사 문화 생태에 대한 이야기는 관련 논문만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또 총면적 483㎢이 말해주듯 웅장한 지리산의 모든 것을 단시간에 알기는 어렵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우선 둘레길 800리에 펼쳐진 역사 문화 생태의 현장을 다니며 지리산에 첫 인사를 보냈다. 기자가 지난 30일부터 이틀간 둘레길에서 만난 지리산은 여러 가지 모습이 혼재돼 있었다. 오염돼가고 있는 자연과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 수많은 전설과 전쟁의 비극. 그리고 개발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남원시 주천면에서 출발하는 주천 1코스에 있는 구룡계곡. 판소리 동편제의 거장 권삼득 명창이 목소리를 가다듬은 용소에 이르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완주 출생인 그는 집안에서 쫓겨나 콩 서 말을 짊어지고 처가가 있는 이곳으로 들어와 한바탕 소리공부를 했다고 한다. 좀 더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노치마을에 이르렀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자리에 유일하게 촌락을 이루고 있는 노치마을에서는 현재까지도 당산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전통적인 공동체 문화를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70~80대 고령인 탓에 언제까지 당산재를 이어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이영희씨(77)는 "당산재를 할 때 마을이 아주 떠들썩했지. 내륙이라 생선이 귀했는데 당산재를 모시고 생선을 먹으라는 데 그것을 참기가 어렵더라고. 헌데 지금은 다들 나이가 먹어서 당산재를 크게 치르는 게 힘이 든다"고 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왜구를 섬멸한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황산대첩비. 1577년 전라도 관찰사였던 박계현의 건의로 남원시 운봉면에 세워진 비석은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자신들의 뼈아픈 역사를 지우기 위해 황산대첩비를 파괴했다. 현재 기념비는 지난 1977년 새로 복원된 것으로 깨어진 비석 조각들은 기념비 옆 파비각(破碑閣)에 보관되고 있다.국보 제10호로 지정된 백장암 삼층석탑,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7호) 등 10점이 넘는 보물급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실상사.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의 문화재이다. 약사전에 봉안된 신라 말기의 철제여래좌상(보물 제41호)은 길이가 3미터에 이르러 한국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철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보물들이 자칫 훼손될 위기에 처해있다. 함양군 마천면 일대에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6년 남원시 장수군 구례군 곡성군 순천시 하동군 함양군 산청군 등 8개 문화원이 중심이 돼 지리산의 자연경관과 문화재의 보호를 통해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자치단체 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댐건설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상사 도법 스님은 "전라북도가 새만금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발전하고 달라졌는가"라며 자연과 생명을 무시하는 개발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김정엽기자 colorgogu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김정엽
  • 2013.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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