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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이건 아니잖아!! - 노현정

노현장(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푹푹 찌는 무더위로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고, 그 따가운 햇볕을 가려본다고 손을 올리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빛에 나도 몰래 탄성이 나온다.

 

그러던 사이 저기 넓디넓은 광장에 파샤~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마치 먹음직스런 팥빙수 속 하얀 얼음알갱이들을 쏟아내듯 여러 갈래로 물줄기가 퍼져 나간다. 헉, 이곳은 어딘가 ? 최근 나의 약속에 겹치기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 혹, 누군가 배시시 웃으면서 좋은 일 있나보네 ~라며 농담을 건넬지도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부터 달려온 곳이 사무실이 아닌 전라북도청, 신청사 이전 후 아직 버스노선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녹녹치 않은 살림에 택시비 마저 무시할 수 없지만 가슴을 뜨겁게 아니 아프게 하는 일들 덕(?)에 올 여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높아 보이는 도청 앞, 몇 명의 어머니들이 안절부절하고 있다.

 

송글송글 맺힌 땀을 씻어 내리는 손, 가족의 생계를 지키고자 굵어지다 못해 퉁퉁 부어버린 손마디 마디 허드렛일 마다않고 일해 왔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고이 담겨있다. 저기 한 어머니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하신다.

 

“와 준걸로만도 고마워, 우린 우리밖에 없는 줄 알았어, 그래두 우릴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고마워..” 벌써 60여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지역 노동, 시민, 여성단체들이 도청 청소해고노동자들의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비정규직’, 그 자체만으로도 최저임금과 언제든지 해고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노동조건 속 휴식시간 배가 고파 빵을 사먹었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의 일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시말서를 써야했고, 청소상태를 점검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쫒아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측의 횡포에 그래도 청소가 자랑스러운 자신의 일이었기에 집단해고는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켜낼 최악의 폭력이었다.

 

도청, 도지사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와 직급으로 나뉘어 자신의 일을 최소한 인격적으로 침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통해 소통하여 일하는 곳이 아닌가 ? 아니, 적어도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되는 곳이 아니던가 ? 아무리 도청이 직접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도청이 선택한 용역업체가 도민의 공공장소인 도청의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노동행위를 자행하고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인정하지 않았을 시 우리 책임 아니라며 수수방관할 수 있는 것인가 ? 그렇게 목소리 높여가며 일자리 창출하겠다던 약속은 말 뿐이었던가 ?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만 하고 그 일자리의 질과 조건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

 

민선 4기 시작하자마자 상식 밖의 일들의 당혹감과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일들의 무게는 가볍지 많은 않은 모 개그맨의 유행어를 떠올리게 하며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정말,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

 

/노현장(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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