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우리의 풀뿌리 지역사회는 토대가 너무 허약하다. 행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폐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자치의 마을만들기 활동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시민사회의 성장은 너무 더디다. 반면 기업경영 방식의 장점은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고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살기좋고 살고싶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의 공공성과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 ‘긴장된 균형관계’가 필요하다. 행정에 기업경영 기법을 도입할 필요성이 없지는 않지만 지나치면 소외 영역이 생기기 마련이고 양극화 문제가 심화된다. 기업도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현실이지만 아무래도 홍보효과를 노린 생색내기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공공행정으로 흡수되지 않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도 구분되는 별개의 영역이 지역사회에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주민자치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학자에 따라서는 코몬즈(共)라 부르기도 하고 사회적 경제라고도 한다. 우리 전통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향약, 두레, 품앗이와 같은 풍습, 공동활동, 신뢰관계 체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 사회적 기업이란 시장의 수익성이 약해 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복지, 문화, 환경 등의 영역에서 공공성이 있는 생산적 활동,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나 조직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자선단체,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다양한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근로,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 등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2007년 7월 1일자로 시행된 ‘사회적기업육성법’은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현재 주무부처인 노동부를 통해 2회에 걸쳐 모두 55개(전북 3개)가 인증을 받았는데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지역사회에는 당장의 수익성은 약하지만 공공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 아주 많이 있다. 특히 농촌 사회는 유지 그 자체가 공공성을 가진다. 그래서 농촌 사회의 유무형 자원 조사,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 지원, 평생교육 서비스 제공 등은 수익성은 적어도 꼭 필요한 활동이다. 진안군에서는 마을조사단, 마을간사, 평생학습지도자와 같은 제도를 운영하면서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농촌 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대형 프로젝트가 지역을 단번에 발전시키리라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지금처럼 농업 생산과 하드웨어 인프라 중심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행정’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행정 보조금에만 눈독 들이는 작목반, 법인, 사회단체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농촌 활성화의 철학과 전략, 추진체계 등에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 중심에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본다.
/구자인(진안군청 마을만들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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