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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발 빠른 경남, 뒷심 없는 전북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째로 경남에 옮길 것이라는 발언 때문에 지역이 한때 벌집 쑤셔놓은 듯 왕왕거렸다. '벌집'을 건드린 주인공은 국회 최규성의원(민주당=김제 완주)이었다. 그는 LH와 관련된 국토해양위의 민주당 간사다.

 

그의 직책, 소식통이 정부 고위인사라는 점, 기자간담회를 통해 언급한 걸 보면 LH는 영락 없이 경남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는 것처럼.

 

그렇다면 최 의원은 왜 그런 정보를 흘렸을까. "걱정이 돼서 그랬다."고 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남의 지역신문도 '전북 국회의원 LH 경남 일괄이전 언급, 왜?'라는 기사에서 '위기감 조장, 반발 확산 또는 비난여론 무마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발언으로 경남은 LH 문제가 일괄이전으로 기울었다며 한껏 고무된 모양이다. 최 의원의 발언은 일괄이전의 심증을 굳혀주었다는 점에서 꺼림칙하다. 정부(고위 인사)도 성공을 거둔 언론플레이였다고 반길 것이다.

 

문제는 당초 분산배치였던 정부 방침이 언제, 왜 일괄배치로 기울었느냐 하는 것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진주 갑)이 9월6일 진주혁신도시 지키기 시민운동 대표단한테 한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LH 이전문제는 이전협의회 4차 회의가 열린 8월 6일을 고비로 큰 변화가 있었는데, 분산이전 원칙을 고수해오던 국토해양부가 이날 일괄이전을 처음으로 천명했다"는 것이다.

 

그 뒤 정종환 장관은 경제주간지 인터뷰에서 "정부는 원칙적으로 한 곳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때 이미 일괄이전으로 가닥이 잡혔을 것으로 보인다. 9월30일 김완주지사와 전북출신 국회의원이 모인 자리에서도 정 장관은 "분산배치는 정부의 원칙이 아니다."고 했지만 전북의 국회의원들이 몰아부치자 마지못해 "최악의 경우 분산배치할 수도 있다."고 한 정도다.

 

그런데도 전북도는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면서 분산배치가 정부 입장이라는 말만 부각시켰다. 최근에도 김완주 지사는 "일괄이전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불을 껐지만 정부 어느 누가 이 이상을 언급해줄 수 있겠는가.

 

김두관 경남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정책협의회, 경남상의협의회의 일괄이전 건의 및 지역신문 광고 등이 지난 8·9월 잇따라 이뤄졌는데 전북은 한참 뒤에야 이런 수법을 똑같이 따라했다. 또 전북 정치권은 주·토공의 '대안 없는 통합'을 줄곧 반대했지만 작년 법안 통과 때엔 누구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일련의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한번 정치권의 무능을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경남이 집요하게 일괄이전 노력을 기울여 오는 동안 전북은 분산배치라는 말만 믿고 긴가민가 하다가 뒷심 한번 쓰지 못하고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분산배치는 명분이 약하다. LH라는 조직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쪼개서는 안된다. 외부 세력에 의한 남북분단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치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는 스스로 내건 분산배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혁신도시 건설의 본래 목적은 공공기관의 지방분산을 통해 낙후지역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둔 정치인은 공공기관이 이런 취지에 맞게 배치되는 지 감시하고 그렇지 않다면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한다. 정부 고위인사의 말을 앵무새처럼 옮기는 것으로 그쳐선 안된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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