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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한 게임 딱?

순우리말 ‘딱’은 활짝 벌어진 모양 혹은 정확히 맞닿거나 들어맞는 모양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부사어다. ‘딱 벌어진 어깨’, ‘딱 맞는 옷’이 그런 예다. ‘앞을 딱 가로막다’나 ‘딱 붙은 포스터’처럼 굳세게 버티고 있거나 단단하게 들어붙는 걸 가리킬 때도 쓴다. 어떤 일을 단호하게 끊거나 과단성 있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낼 때도 이 ‘딱’을 쓴다. ‘딱 잘라서 거절했다’나 ‘딱 한 번만 용서한다’가 대표적인 예다.

 

주로 용언을 꾸며주는 부사어 구실을 하는 이 ‘딱’은 서술형 어미 ‘∼이다’하고 결합해서 용언으로 쓰일 때도 있다. ‘그 일이 너한테는 딱인 것 같다.’가 그런 경우다. 그뿐 아니다. 의성어로도 자주 쓰는 말 또한 ‘딱’이다. 가벼운 게임에서 벌칙으로 가끔 애용하는 ‘딱밤’도 의성어를 활용해서 만든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딱’이 갖고 있는 이런 다양한 뜻을 적극 활용한 광고 문구가 있다.

 

“칠 때 딱! 먹을 때 딱! 마실 때 딱! 놀 때 딱!” 야구깨나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귀에 익숙한 말일 것이다. 쭉쭉빵빵하게 생긴 젊은 여성이 몸에 딱 붙는 짧은 치마를 차려입고 나와 야구방망이를 반복해서 휘두르는 그 장면은 주로 야구 중계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방망이 속도만큼이나 ‘딱!’도 빠르게 반복된다. 그런 뒤 이런 마무리 멘트가 이어진다.

 

“오빠 나랑 한 게임 딱?”

 

정말로 야구를 ‘한 게임 딱’ 하자고 오빠한테 저런 눈길을 보내는 걸까? 액면대로라면 불과 7, 8m 앞에서 불쑥 날아오는 돌덩이처럼 단단한 야구공을 그 무거운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서 점수를 내는 게임일 게 분명한데, 설마 오빠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맞짱’을 뜨자는 소리는 아니겠지? 평소 보아 둔 ‘오빠’의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이 영 부실하다면 또 모르겠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야구 말고 다른 게임?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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