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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고독이 몸부림 칠 때

‘누구나 지축 위에 / 홀로 서 있나니 / 햇살 한 줄기 뻗쳤는가 하면 / 어느덧 황혼이 깃든다.’ 살바토레 콰시모도라는 시인이 쓴 <황혼이 깃들고> 의 전문이다. 우리들 각자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으되, 햇살이 머무는 시간은 짧고, 어느덧 깃드는 황혼처럼 누구나 항상 홀로 서 있는 존재라는 것.

오래 지난 영화 포스터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고 ‘고독’을 생각하다가 귀에 익은 노래를 흥얼거려보았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 마른 바람이 슬프고 / 내가 돌아선 하늘엔 / 살빛 낮달이 슬퍼라 / 오래토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길로∼’

백창우가 만들고, 임희숙이라는 가수가 불러서 크게 히트한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의 1절이다. 노랫말의 화자인 ‘나’는 ‘너’와 헤어진 뒤 찾아온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 때문에 쓸쓸하다. 혹은 고독하다. 곁에 아무도 없어서 외로움을 견디기가 막막하다. ‘너 있는 그 먼 땅을 찾아 나설까’ 하지만 ‘너’를 만날 기약 또한 없다.

‘외로워 외로워서 못 살겠어요 /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노래, 1960년대 가수 차중락이 불러 히트한 <사랑의 종말> 은 ‘산산이 부서’져서 ‘허공중에 헤어’졌기 때문에 ‘불러도 주인없’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던 소월의 <초혼> 을 연상시킨다.

영화제목을 다시 들여다보니 언제가 들어본 적 있는 옛 노래 한 구절이 또 떠오른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 패티김이 부른 <초우> 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처럼 새삼스레 ‘고독’을 떠올리는 것, 가을이 깊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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