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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 1.

놋그릇이나 놋숟가락이 귀한 시절이 있었다. 값싼 양은이나 스테인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기(鍮器) 제품은 집안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았다. … 우리 밥상에는 방짜 유기가 제격이다. 놋그릇은 깨진 기왓장을 잘게 빻은 가루를 묻혀 짚수세미로 쓱쓱 닦았다. … 하얀 광목천으로 마른 행주질을 하면 놋그릇의 표면에 거무튀튀한 이끼처럼 끼었던 녹이 어디로 가버리고 햇살 아래 찬연한 광채가 빛나곤 했다. 그럴 때면 햇살이 놋숟가락에서 튕겨 나와 내 눈썹 사이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았다. …

 

그런데 그 귀한 놋숟가락이 어떤 사연으로 누룽지를 긁는 데 사용하는 허드레 물건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윗대로부터 대대로 써내려오다가 숟가락으로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질 즈음에 가마솥 바닥의 누룽지를 득득 긁는 데 사용되었을 것이다. 무나 감자 껍질을 벗길 때에도 한 귀퉁이가 닳은 놋숟가락만한 게 없었다. 붕어 같은 물고기 배를 딸 때도 요긴하게 쓰였다. 게다가 놋숟가락은 살균 효과가 탁월하고 독성 있는 음식에 닿으면 까맣게 변해버린다고 한다. 이 총명하고 아름다운 놋숟가락을 본 지 오래되었다. 그것은 손잡이가 달린 예쁜 반달이었다.

 

<놋숟가락> 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은 산문도 맛깔스럽게 쓰는가 보다. ‘햇살이 놋숟가락에서 튕겨 나와 내 눈썹 사이를 만지작거리는 것 같았다.’와 같은 문장은 그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이지 싶다. ‘손잡이가 달린 예쁜 반달’도 마찬가지다.

 

이 짧은 글에 쓰인 단어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두 번째 문단 첫머리의 ‘그런데’다. 우리는 글을 쓸 때 ‘그러나’, ‘따라서’, ‘즉’ 따위의 접속부사를 자주 끌어들이곤 한다. 문장과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가끔은 그걸 생략하는 게 오히려 글 읽는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 까닭이 궁금하면 <놋숟가락> 의 ‘그런데’를 빼고 다시 읽어 보라.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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