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구리’ 호프집이 많다. 전국 연쇄점이어서 대단히 많다. ‘어쭈구리’와 같이 독특한 말을 사용한 상호는 더욱 눈에 잘 띈다.
그런데 왜 굳이 불량스러운 말인 ‘어쭈구리’인가? 유쾌, 통쾌, 흔쾌하게 술 마실 수 있는 만인의 광장 호프집에 남을 무시하고 비아냥거릴 때 쓰는 ‘어쭈구리’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장삿속에서 아무렇게나 선택한 상호라면 할 말은 없다.
‘어쭈구리’는 불량스러운 말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표준어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상호로서 문제가 있다. 사전을 찾아도 이 단어는 없으며, 이와 유사한 단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 ‘어쭈구리’는 어디에서 온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은 이 단어가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를 알아봄으로써 그 단서를 잡을 수 있다. “어쭈구리, 그렇게 말하니까 성인군자 같군!”, “어쭈구리, 제법인데.”, “어쭈구리, 죽는 줄 모르고 까불고 있군.” 등에서 보듯 ‘어쭈구리’는 남의 잘난 체하는 말이나 행동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릴 때 쓴다.
이와 같은 의미 기능을 갖는 단어에 ‘아주’가 있다. [아쭈]로 발음하기도 하나 ‘아주’가 표준어이다. 위 문장의 ‘어쭈구리’를 ‘아주’나 ‘아쭈’로 대체 표현해도 문장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구리’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부사 ‘그리(그렇게)’다. ‘그리’가 ‘어쭈’의 제2음절 모음 ‘ㅜ’에 이끌려 ‘구리’로 변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어쭈구리’는 ‘아주, 그렇게’라는 의미가 된다. 잘난 체할 만한 처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까불고 날뛰느냐는 뜻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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