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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주인 되어 전북의 미래를 디자인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라도 정도 1000년을 기리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전북과 광주·전남이 하나 되어 정도 1000년을 기념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행사와 예산과 사업은 나주를 중심으로 광주·전남에 집중되어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정도 1000년의 중심이 나주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고려 현종은 거란의 2차 침입에 피난길에 올라 삼례 전주. 태인을 거쳐 나주에 머물게 된다. 전주에서는 반란에 직면하여 위기를 맞고 고려 건국의 주요 근거지 중의 하나인 나주로 피신한 것이다.

현종은 나주에서 버티다가 거란족이 패배하여 물러간 후 개경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1018년 현종 9년에 주요 몽진 지역이었던 전주와 나주를 합쳐 전라도라 칭하게 되었다. 정도 1000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여는 것은 현대사의 굴곡에서 상처투성이인 전라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현종이 전주의 피난길에서 반란을 겪은 것에서 보듯이 당시 핵심은 나주였다.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전라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핵심적인 역할은 광주·전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남·북과 영·호남의 분열에 더해 호남도 분열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전북이 처한 조건과 처지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이를 극복할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통 큰 단결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얼마 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지역 사회가 시끄러웠다. 이는 진의를 오해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정치권에서 전북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박지원 의원의 발언을 비롯하여 전북에 공항이 만들어지는 것을 암암리에 막으려 하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비단 공항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처 인사에서도 전북은 외면 받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 보직도 대부분 광주 전남이다. 정치적으로 분석하면 당연한 결과로 치부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있어 표의 밀집도는 전북이 높았지만 정치권에서의 역할은 광주·전남이 훨씬 공헌한 바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지역 균형과 소외지역의 배려를 위한 인사의 대부분이 남도에 치우쳤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북 낙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송하진 민선 6기에서 전북 몫을 찾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몇몇 기관의 임원을 임명받았다고 자위할 일이 아니다. 물론 과거 박근혜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전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과 처지에 몰린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여기에 전북 정치권의 분열과 반목의 구조화, 자생력이 부족하고 빌붙어 연명하는 마름 정치의 뿌리 깊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스스로 세력화하고 단결하여 힘을 발휘하는 경험이 부족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힘이 없기에 끌어주기는커녕 지역 인사끼리도 무한정으로 경쟁하며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앞장서 주도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뒷줄이라도 설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정치 행태가 굳어진 결과이다.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학계 등 모든 곳에 스며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스스로 힘을 키워가야 한다. 빌붙어 사는 것이 굳어지면 굳어질수록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전북은 미륵 세상을 꿈꿔왔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주인 된 삶을 위한 개벽과 반란을 꿈꾸어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신뢰에 기반을 둔 힘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그 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롭게 전북을 디자인하기 위한 노력을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비롯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찾아가며 큰 틀에서 하나가 되어야 전북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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