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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군수 비선실세, 득세 유감

이종호 경제부장
이종호 경제부장

“오늘 이 세 치 혀로 황제의 스승이 되고 만호의 봉읍을 받았으며, 그 지위는 열후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포의로 시작한 사람으로는 지극히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이라 나는 이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인간 세상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적송자(赤松子)의 뒤를 따라가 노닐고자 한다”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기여하며 “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장자방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던 장량.

하지만 한나라가 건국되고 안정되면서 장량은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 모든 지위를 내려놨다.

아쉬움이 남아있었겠지만 이 같은 결단 때문에 장량은 남은 인생 동안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역사에 남는 책사가 됐다.

반면 한나라의 개국공신으로 소하, 장량과 함께 한초삼걸((漢初三傑)이라 불렸던 대장군 한신은 그의 욕심으로 버림받아 죽임을 당하면서 토사구팽, 조진궁장(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아먹고, 새가 없어지면 활은 집어넣는다)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의 가솔들까지 삼족을 멸하는 형을 받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수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오늘날까지 공감되는 대목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5 총선과 진안군수 선거가 끝났다.

진안군수의 경우 전 군수의 선거법 위반으로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군수가 선출됐지만 당선인이 허위사실 유포로 검찰에 고발됐으며 선거과정에서 선거운동원이 아닌 사람이 선거운동을 하다가 적발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거당시 군수를 도왔던 비선조직들이 벌써부터 군정에 관여하려한다는 조짐이 보이면서 비선실세의 득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과거 지방선거 이후에도 전북지역 곳곳에서 비선실세들이 득세하면서 군의 수의계약과 특허공법 도입같은 이권에 관여하고 심지어 인사에까지 개입하면서 밤의 군수로 불릴 정도로 악명을 떨쳤다.

정작 군수는 허수아비고 사실상 모든 군정을 좌지우지하며 지방자치의 근간까지 흔드는 문제로까지 작용했다.

공무원들도 비선실세들의 요구를 무시할수 없어 마지못해 따라가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보다는 외부입김에 의해 시설공사의 공법채택이나 계약이 결정되면서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터졌다.

외부입김이나 로비에 의한 시설공사의 공법채택이나 계약, 관급자재 납품은 커미션 등 검은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무리가 따르고 부실한 시공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들 밤의 군수 대부분의 끝은 좋지 않았다. 이항로 전 진안군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것도 비선실세 들간의 이권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불거지다 결국은 터져버린 것이다.

결국 비선 실세들도 이항로 군수와 함께 영어의 몸이 되거나 참담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물론 이제 당선 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여서 벌써부터 비선실세들의 득세를 걱정하는 게 기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군수의 중도사퇴를 겪으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군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은 애초부터 차단해야 할 것이다.

선거를 도우며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해서 호가호위하는 적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며 나설때와 물러설때를 깨닫고 실천에 옮겼던 장량의 지혜를 현실에도 적용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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