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이 질금거리는 것이 수상쩍었다. 게다가 귀에 물이 차서 멍멍한 중상이 생겼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간단히 물을 빼내니 치료는 간단했다.
두어 달 뒤에 또 그런 증상이 발생하여 다시 병원을 갔다. 이번에는 코도 검사하고 엑스레이와 CT촬영까지 해야 했다. 드디어 ‘부비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12년 전에 코에 이물질이 생겨서 수술한 것이 되살아났다. 바로 그 의사에게 넘겨져서 부비동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판정 되었다.
만성 축농증이라니, 생활에서는 별로 지장을 못 느꼈는데 그렇다고 들으니 그간 이상 중에가 조금씩 나타났다는 것을 알았다. 내 몸의 찌꺼기들이 부비동이라는 구석에 다 모인 것일까, 수술 시간은 짧지만 까다로운 수술이라서 전신마취를 했다. 다행이 전신마취를 하는데 걸림이 되는 증상은 없었다. 4일간 입원하고 수술도 잘 마치고 후유증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계속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제시간에 약을 챙겨 먹는 일도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평소 하루에 영양제 두 알만 먹는 나인데 끼니마다 약을 먹는 일이 성가셨다. 경과에 따라 점점 약은 줄어들고 드디어 석 달 만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사람은 각종 신체 장기 부속 마다 다른 병원을 다녀야 한다. 증상 따라 내과, 외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등으로 가야한다. 모든 기관이 연결되어 있건만, 참 편리한 것인지, 혼란스러운 일인지 인체의 장기마다 다른 병원 순례를 하는 것도 인생 순례의 한 코스인가 싶다.
일생을 살아도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인체의 구석구석은 다 알 수도 없는 것을. 그래도 최종 관리자는 본인 자신일 수밖에 없다. 각종 약은 입으로 먹지만 어떻게 그 증상의 구석을 찾아가서 치료 효과를 내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인체의 구조가 신비롭기도 하지만 그 치료 방법을 연구해낸 인간의 노력도 그만큼 대단한 일이다.
‘이놈의 집구석.’ 내 집을 못마땅하게 생각될 때 하는 말이다. 집구석을 치우다 말고 바깥바람 쐬고 와서 또 치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풍광 좋은 밖을 구경해도 돌아올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즐거운 내 집, 내 집뿐인데 우주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가장 편안하고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내 구석, 내 삶의 보금자리 나의 요람이다.
구석이 나를 구원해줄 것이다. 구석에 끼워놓을 귀한 것도 없지만. 이제 나중에 다시 꺼내서 쓸 시간조차 없다. 홀가분하게 비우고 비우는 일밖에 없다. 내가 떠난 뒤 내 주위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싹 치워 없어질 것이다. 비록 내 집구석일망정 나에게 짐이 되지 않을 만큼만 마지막 순간까지 내 곁을 지켜줄 것인가. 비약할 수 있는 날개를 지닐 정도만. 날마다 구석부터 다시 잘 살펴볼 일이다. 구석구석 닦아서 빛내라던 선사의 말대로...
△ 수필가 조윤수씨는 2003년 <수필과 비평> 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바람의 커튼」,「나도 샤갈처럼 미친 글을 쓰고 싶다」 「혼놀」이 있다. 수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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