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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기운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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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호 작가. 

 

유명한 황톳길을 걷기 위해 일찍 나서 오전 10시 30분쯤 강천산에 도착했다.

순창 '강천산 맨발 산책로'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곳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요즈음 맨발 걷기가 화두다. 초저녁쯤 인근 산책로나 학교 운동장에서는 맨발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강천산 정취가 눈 부셨다. 나도 여러 사람 틈에 끼어 걸었다. 맨발로 황톳길을 처음 걸으니 발바닥이 깔깔했지만 접지 관절부분은 나름 시원했다. 계곡 옆으로 쭈욱 이어지는 길 주변에는 울창한 나무들이 늘어서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숲에서는 은은한 향이 풍겨서 걷기는 아주 좋았다. 시원한 산들바람에 몸을 내맡기다 보니 어느덧 종점에 다다랐다.

구장군 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 내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웅장한 풍경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맨발 걷기를 마친 후 세족장에서 발을 씻었다. 맨발 걷기 효능을 알리는 게시판이 눈에 띄었다.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발이 신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는 반드시 '매일 맨발 걷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동안 지척에 있으며 경사가 아주 완만한 건지산을 자주 올랐다. 나뭇잎 사이로 멀리 보이는 유난히 푸른 하늘을 보며 걸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트로트'를 듣는 사람, 둘이 또는 끼리끼리 도란도란거리며 걷는 사람들 모두가 의욕이 넘쳐 보인다.

한참을 걷다 맨발로 걷는 부부와 마주했다. "안녕하세요, 맨발로 걸으면 불편하지 않아요?"    나는 인사를 건네며 궁금해서 물었다. "아니요. 너무 좋아요. 한번 걸어 보세요". "어떤 점이 좋은데요?" 하고 재차 물었다. "잠이 잘와요. 혈액 순환도 잘되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부부는 살포시 웃었다. 송천동에 산다는 그 부부가 맨발 걷기를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요즘 나이가 들어서인지 주변 사람들과 건강에 대한 얘기가 다반사였다.

아내는 허리를 위해 구기 운동은 그만하고 걷기만 하라고 신신당부다. 언젠가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맨발 걷기의 장점을 소개했는데, 이후 많은 사람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건강은 다리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맨발 걷기 대중화의 중심에는 '맨발 걷기 전도사'로 알려진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가 있다. 박동창 회장은 불면증으로 몇 달간 잠을 설치다가 맨발 걷기 첫날에 꿀잠을 잤단다.

 2시간 정도 맨발 걷기를 했을 뿐인데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이후 5년 동안 맨발로 걸으면서  건강이 좋아진 것을 직접 체험하고 '맨발 걷기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감기도 걸리지 않게 되었고, 불면증과 어지럼증도 없어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했다. 그는 맨발 걷기가 자기를 살렸다며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말초신경이 모인 발, 매일 걸으면 몸 곳곳이 좋아진다며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고 당부까지 했다. 시간도 처음에는 10분, 20분 정도에서 하다 30분, 40분, 50분 차차 늘려 가야 좋다고 했다. 걷는 자세도 바르게 유지하며, 접지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가만가만 걸었다. 발바닥이 가시에 찔릴까 노심초사하며 길바닥을 주시했다. 때로는 작은 배낭에다 물, 우의, 간단히 먹을 것을 가지고 다녔다. 

학교 운동장도 걷기 장소로는 아주 좋다. 함께 걷는 친구는 계절과 관계없이 맨발 걷기 후에 반드시 찬물로 발을 씻었는데, 이는 겨울 동상을 방지하는 수단도 된다고 했다. 

바른 자세로 산책길 맨발 걷기를 하며 자연의 기운을 받는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들으며, 계절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맨발 걷기는 나의 정신과 육체 건강에 특효약이다.

 

△하광호 작가는 '한국신문'으로 등단한 수필작가이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이다. 수필집 <그리움은 놓지 않는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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