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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탑사와 어울린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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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수필가. 

 

스트레스가 쌓인 주말이다. 둘째 사위와 딸들을 데리고 서둘러 마이산을 갔다. 외손자 뒷바라지에 지친 몸을 풀어주고 싶었다. 산과 들은 온통 꽃들의 향연이다. 남 마이산 쪽으로 향하니 입구는 벌써 차량들이 주차 대기 중이었다.

벚꽃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하얀 지붕을 만들었다. 가게 앞엔 5색 등불을 켜고 오가는 길손을 유혹했다. 약초 파는 곳을 지나니 겨울철 참나무에 매달려 녹색을 띠고 덩굴처럼 기생하는 약초 겨우살이를 파란 바구니에 담아 놓았다. 

조금 위쪽으로 오르니 해물파전, 도토리묵, 산 더덕구이, 참나무 장작 돼지갈비구이 옆에 노릇노릇 구워진 메추리가 코를 자극한다. 옥수수 막걸리도 줄지어 서 있다. 숯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내저으며 도토리묵을 장에 찍어 먹는 모습들은 봄꽃 놀이의 일품이다. 길 오른쪽 낮은 물막이 댐에 고인 물이 물받이를 타고 흘러내린다. 늘어진 벚나무 가지에 매달린 벚꽃들이 바람에 물결 속에서도 춤을 춘다.

전나무 푸른빛과 휘어진 허리의 물그림자가 출렁인다. 연못 가운데 금당사 5층 석탑도 보인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크게 파손된 것을 이 자리로 옮단다. 금당사 괘불탱화는 넓은 천 가운데 커다란 관세음보살을 두고 있다.

야외에서 큰 불교 행사가 있을 때면 걸고 예배했다. 가뭄 들 때는 탱화를 걸어놓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넓은 저수지가 눈앞에 있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귀가 보이고 흰 벚꽃 터널과 파란색 지붕의 찻집에선 오리배가 헤엄치니 지난해 마른 갈대가 머리를 숙이고 끄덕인다. 오리배 탄 사람들은 열심히 스마트폰에 담으며 산과 벚나무 물이 어우러지고 오리배 속에 청춘 남녀노소 해맑은 모습들이 물에 비친다.

마이산 석탑은 1885년 입산하여 솔잎 등으로 생식하며 이갑룡 처사가 30년에 걸쳐 쌓았다고 한다. 탑을 쌓을 때는 주변을 천연석으로 쌓았지만, 천지탑 등 중요한 탑들은 팔도의 명산에서 수집한 돌들이 한 두개씩 같이 쌓아 심묘한 정기를 담고 있다.

가공되지 않은 천연석을 이용하여 조형 양식으로 정성과 솜씨가 돋보인다. 탑군(塔群) 중에 천지탑 등은 바람에도 약간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 탑 꼭대기에 물 한 사발 떠 놓고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면 고드름이 거꾸로 하늘을 향해 솟는 묘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최초에는 120기의 탑들이었는데 지금은 80여 기만 남아 있다고 하니 긴 세월 속에 변화를 맞이했음이 짐작된다.

대웅전 넘어 탑사 왼편으로 보이는 벚꽃이 미쳐 잎이 피지 못한 나무들을 바쁘게 재촉한다. 탑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라는 탑사 경고문 옆에 작은 물레방아가 도는 사이로 약수가 흐르고 있다. 파란 바가지로 기암에 놓여있어 물을 삼키니 가슴의 냉기가 목부터 가슴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탑사 남쪽 마이산을 바라다보면 성인 키 네길 정도 웅덩이가 파인 홈이 있는데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곳에 두 무더기 돌탑이 안에 안치되어 있다. 저곳은 어떻게 올라가 쌓았을까 생각해보니 답 이 안 나오는데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꽃과 사람들이 탑사와 어울려 행복한 봄날의 하루였다.

 

△김종윤 수필가는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나브로 가는 길> 등이 있다. 현재 장수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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