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고기 식용 금지를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대통령 발언이 아니더라도 요즘 주변에서 보신탕 관련 얘기가 쑥 들어간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한 때는 여름철 건강 유지 최고 음식으로 대접 받고 즐겨 먹던 보양식이었다.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민들이 북새통을 이룬 음식점에서 왁자지껄한 모습이 종종 매스컴에 나오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반려동물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면서 보양식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려 났다. 개 고양이 등을 키우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에 달해 국민 3명 중 1명 꼴이다. 도내에도 반려견 12만 마리가 있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개 식용 문화에 대한 논란이 들끓는 가운데 동물 단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2019년 국회 앞에서 ‘복날 추모행동’ 행사를 통해 개 도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갖가지 퍼포먼스를 연출, 동물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에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해 7월 전국 3대 개시장으로 꼽히던 부산 구포 가축시장이 60여년 만에 문을 닫기까지 했다.
보신탕에 대한 이 같은 부정 기류가 확산 됨에 따라 사법부를 비롯한 기관 단체들도 보조를 맞추며 힘을 보탰다. 한결같은 이들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서 동물 학대에 따른 사회 충격파는 잦아 들었다. 그 당시 대법원도 ‘국민정서’를 언급하며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를 감전사시키는 ‘도살법’을 무죄로 봤던 하급심 판단을 파기했다. 반려동물 보호에 지방 의회도 가세하며 이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일년 중 가장 무더운 삼복(三伏)에 보양식을 먹거나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식히는 ‘복달임’을 즐겼다. 이 때 먹는 대표 음식이 개장국. 즉 보신탕이었다. 찌는 듯한 복날에 영양분을 보충하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나 동물 학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아예 음식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건강보조식품이 이를 대체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이뤘다. 홍삼·비타민 등이 선물 리스트에서 상위 랭크를 꿰찬 지도 오래 됐다. 코로나 국면 면역력 강화 때문에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건 일종의 ‘덤’이다. 이에 반해 보신탕 집은 전주에서만 6~7년새 70% 정도가 운영난을 못 견디고 자취를 감췄다. 아중리 원집과 옛 35사단 근처 대성집, 효자동 황구탕 그리고 팔복동 황방산 가든, 추천대교옆 만복집 등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추억 속에만 남게 됐다.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 상태다. 시대 상황에 따른 사회 변화욕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 늘수록 보양식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복달임의 대명사인 보신탕이 사라지는 그 자리에 삼계탕이나 염소탕이 대신하는 것도 사회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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