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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금요수필] 지기지우 - 이해숙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내 삶에서 그런 만남을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를 헤아려본다. 우리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꿈을 글로 그린 적이 있다. ‘나이 든 후에 깃들일 거처, 살고 싶은 집’ 하늘 마당의 꿈. 요원하여 꿈이고 이루기 어렵기에 꿈이라한다면 우리가 받은 선물은 꿈 너머의 꿈이었을까?

그들은 45년 지기다.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 막걸릿잔을 기울인다. 진로를 모색하던 까까머리 시절 도서관에서 만났다. 각각 공고를 졸업하고 공대 진학이 목표였고, 농고 졸업 후 사관학교에 진학하여 파일럿을 꿈꿨다. 공대를 졸업한 친구는 당시 굴지의 건설회사에 입사하여 토목기사로 건설 현장을 누볐고, 종합건설회사를 설립하였으며 전문분야 최고의 자격인‘토목기술사가 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결과였으리라. 파일럿 꿈이 좌절되고 공무원이 된 남편은 오랜 세월을 힘께한 직장에서 퇴직하였다. 사업가로, 공무원으로 각자의 삶을 영위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우정, 45여 년 지켜온 그들의 돈톡한 사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에 버금갈 남편은 신실한 토목기사 친구를 두었다.

남편은 주어진 삶에 성실했고 행운도 따랐기에 안정되고 순탄하게 여기까지 왔다. 사업체를 운영하며 노후에 영위할 전원주택을 물색하던 그 친구는 공들여 잘 지어진 집을 장만하게 되었다. 마당을 빙 둘러 소나무가 무성했다. 친구의 새 집 장만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벌에 쏘여가며 전지를 해주었다.

“자네 집이 장만되었으니 이제 내 집 장만을 위해 두루 살펴보아 주게” 부탁했단다. 흔쾌히 그러마! 했다고. 봉급생활자로 빠듯한 우리보다 형편이 월등한 그에게 딱 어울리는 이층집이었다. 집터로는 안상맞춤인 아트막한 언덕배기의 전망 좋은 집, 일,이층 전면이 통유리로 된 튼튼한 주황색 벽돌집, 담 없이 쌓은 정원석 축대며, 빙 둘러선 소나무와 철쭉으로 친 울타리, 우리와는 경계가 먼 궁전처렴 보였다.

집과의 인연은 묘했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지기지우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 그분들이 노후를 위해 마 련한 전원 주택을 이득없이 우리 가족에게 양보한 것이다. 계약 후 어느 화가 한분이 우리집을 갤러리로 활용하고 싶어 웃톤을 제시했다지만 우리와의 약속을 지켜준 것이다.

그분은 작년 우리 집 가까이 집을 지어 이사 오셨다. 여태 빌다른 도움을 드린적도 없는 우리에게 “자네 혹시 내가 도울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게,” 좋은 친구를 두기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 더 의미 있을 텐데, 우린 줄곧 후의를 입었다. 하늘 마당! 히늘이 마당 가득 노니는 마당이 넓은 집을 꿈꿨다.

환한 햇살이 물밀듯 밀려들어 집안 곳곳을 쬐어 소박한 삶을 말려주면 좋을 집, 키가 큰 책장에 읽고 싶은 책을 빼곡하게 꽂아두고 독서로 소일할 수 있는 쌉쌀보드레한 차를 마실 수 있고 들썩아는 도회와는 저만치 나앉아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었다. 쑥대 이엉을 엊은 집에서도 호연지기를 꿈꾸며 학문에 열중한 선인들 무릎을 겨우 들일 좁은 거처에서 빈한한 연명을 하면서도 누대의 세월 속에 더욱 빛났던 도연명의 거처, 그에 비하면 우리 가족이 몸담은 이 집은 복에 겹다.

이해숙은 <수필시대>로 등단했으며 전북시낭송협회 사무국장, 행촌수필문학회 이사를 역입했다. 원종린문학상, 시흥문학상을 수상 했고 수필집 『진달래 꽃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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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인연
이강모 kangm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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