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전주의 도심 하천 전주천과 삼천의 모습이 그렇다. 전주시가 지난 15일 서신동 삼천 둔치에서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잔디구장 확충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전주시는 전주천‧삼천 둔치에 생활체육시설을 추가 조성하고, 공중화장실 등 시민 편의시설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대규모 꽃밭도 조성한다.
하천 편의시설 확충은 우범기 시장의 공약이다. 전주천과 삼천을 생활 속 시민 힐링공간이자 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하천 정책을 반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하천에 시설물이 늘어날수록 생태계 균형이 깨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연재해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오래 전 전주천‧삼천 둔치 곳곳에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됐고, 일부는 지금도 교량 밑에 있다. 여름철 땡볕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시민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폭우에 떠내려온 부유물이 교각 사이에 있는 이 운동기구에 걸려 물길을 막을 수 있다. 전주시가 최근 추가 조성 계획을 밝힌 파크골프장도 논란이다. 이미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하천부지에 파크골프장을 속속 조성하면서 생태계 훼손 논란을 키웠다. 전주시도 2년 전 만경강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전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위법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단체는 시설 철거와 증설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하천 둔치 꽃밭 조성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전 사례로 볼 때 꽃길만 기대할 수는 없다. 우선 ‘전주천 생태학습장’을 살펴볼 일이다. 전주시가 지난 2010년 국비 등 17억 여원을 투입해 추천대교 인근 둔치 2만 1000㎡에 조성한 생태학습장에는 초화류 44만본을 비롯해 관목류, 수변식물 등이 대거 식재됐다. 하지만 개장 2년도 안돼 식물 대부분이 고사했다. 대다수의 시민은 이 곳이 생태학습장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후 시는 이 곳에 돌연 분홍억새(핑크뮬리) 동산을 만들었다. 전국적인 핑크뮬리 열풍에 편승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9년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에 식재 자제를 권고했다. 전주시의 섣부른 결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전주시는 1990년대 말 전주천과 삼천 둔치에 대규모 유채꽃밭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러나 호평을 받았던 이 유채꽃밭은 불과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화학비료 살포에 따른 수질오염 논란이 일면서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집중호우시 꽃밭 유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 휴식공간인 도심하천에 편의시설이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만큼의 시설은 이미 조성돼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도심 하천의 건강한 미래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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