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無病長壽)’는 인류의 오랜 꿈이다. 생활환경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류는 마침내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자체가 앞다퉈 ‘건강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발족한 ‘대한민국 건강도시협의회’의 회원도시만 해도 103곳에 이른다. 전북에서는 무주와 장수·진안·군산·남원 등 5개 시·군이 속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도시의 개념을 ‘도시의 물리적·사회적·환경적 여건을 창의적으로 개발해 나가는 가운데, 지역사회 주체들이 협력하여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도시’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장수도시’가 곧 ‘건강도시’일까? 100세를 넘겨서도 건강하게 사는 노인들이 많은 세계적인 장수도시는 오래전부터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인류의 꿈인 무병장수의 비결을 알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 도시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식습관, 생활방식 등을 살펴 그 비밀을 찾으려 했다. 지구촌 대표 장수도시로는 ‘블루존(Blue Zone)’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사르데냐·코스타리카 니코야·그리스 이카리아·일본 오키나와·미국 로마린다 지역이 꼽혔다. 국내에서도 100세 이상 인구가 많은 장수도시 순위가 언론에 잇따라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2022년 기준으로는 무주군, 그리고 2023년 기준으로는 전남 고흥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도시가 정말 건강한 장수도시일까? 2022년과 2023년 기준,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 상위 10곳은 모두 도시지역이 아닌 군(郡) 단위 지방 소도시다.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북에서는 무주와 고창, 장수군이 포함됐다. 저출산 기조 속에 청년인구 유출이 지속되면서 100세 이상을 포함한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지역을 과연 장수도시, 건강도시라 할 수 있을까?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받아 이름을 날렸던 일본 오키나와는 2000년대 들어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옛 명성을 잃고 ‘단명도시’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최근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꼽힌 무주와 고흥도 인구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평균 연령도 아니고, 100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이 높다고 해서 그곳을 장수도시, 건강도시로 부를 수는 없다. 생활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시민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곳이 바로 건강도시다. 시민 모두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보건·의료를 비롯해 환경, 복지, 교육, 문화, 교통 등의 분야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추진하면서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 바로 살고 싶은 ‘건강도시’ 아니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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