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탄핵정국에서 빛나는 시민들의 연대의식

탄핵정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성숙한 연대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현장을 깨끗이 뒷정리하는가 하면 인근 가게들이 화장실을 개방하고 따뜻한 차나 음료를 선결제하는 사례들이 잇달고 있다. 형형색색의 아이돌 응원봉이 차가운 겨울 시위현장을 따뜻하게 비추는 시위문화가 축제와 같은 새로운 K-집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결국 12·3 친위 쿠데타라는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더 나은 생활민주주의 집회로 바꿔 나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 이후 전국적으로 열리는 집회시위는 평화적인 민주주의 교육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촛불 대신 아이돌 콘서트에서 사용하던 응원봉으로, 민중가요 대신 K-팝 떼창이란 새로운 시위문화로 바꿔 놓았다. 종전 엄숙하고 과격한 분위기와 달리 발랄하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집회·시위 주도세력의 세대교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MZ세대, 특히 2030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면서다. 8년전 박근혜 탄핵이나 16년 전 광우병 촛불 때는 시위와 같은 정치 공론장이 기성세대의 전유물이었으나 청년세대로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의 일에 무심하던 젊은 세대들이 집회를 통해 공동체의 화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다.

기성세대들도 이에 동참해 연대의 마음을 보태고 있다. 이는 국회 앞이나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전국적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전주 충경로 사거리 주변에서도 선행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집회 인근 상점 중 7곳이 화장실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개방해 편의를 제공했다. 또 온수와 어묵을 제공하고 핫팩을 나눠 주는가 하면 카페·음식점에 음료값을 선결제한 사례들도 잇달았다. 전주에 있으면서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500만원을 들여 커피 2000잔을 무료 제공한 음식점 주인도 있었다.

이러한 행동은 정치가 어렵거니 먼 것이 아니고 내 생활 속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밝게 한다. 외국 언론들도 이를 경이롭게 보도하고 있다. 망상에 빠진 집권자의 폭력에 맞선 역동적이고 유쾌한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안 판결을 넘어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시민의 승리는 진행 중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