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전설 1-복사꽃 피던 마을

image
안성덕 作

 

“복사꽃이 진다”는 말을 “아니 복숭아꽃이 벌써 져”라고 받더군요. 

 

먼 산에 산벚꽃이 꼭, 탁탁 분첩으로 두드리던 사촌 누님의 얼굴인 듯 뽀얗네요. 산벚꽃 피자 복사꽃이 집니다. 저기 저 마을 개울에도 외나무다리가 있었겠지요. 눈썹달 뜨던 밤 소곤, 소곤거렸겠지요.

 

복숭아꽃 말고 복사꽃이라 부르렵니다. “복사꽃 지는 걸 보고 술 한잔 먹지 않는 이와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했던가요? 분명 인생을 모를 테니까요.       

 

밤에 먹어야 예뻐진다는 복숭아를 참 좋아했었지요. 사촌 누님도 가고, 아랫마을 그 형도 가고, 비켜 갈 수 없고 나란히 갈 수도 없던 정자나무 옆 외나무다리는 전설이 되고…….

 

그래요, T. S. 엘리엇의 말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서가 아니라 사월은 잔인한 달 맞네요. 까맣게 지워졌던 옛일이 되살아나고, 무심한 듯 꽃은 또 피고 지니 말입니다. 

 

복사꽃이 집니다. 핑계 삼아 술 한잔 먹어도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