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진다”는 말을 “아니 복숭아꽃이 벌써 져”라고 받더군요.
먼 산에 산벚꽃이 꼭, 탁탁 분첩으로 두드리던 사촌 누님의 얼굴인 듯 뽀얗네요. 산벚꽃 피자 복사꽃이 집니다. 저기 저 마을 개울에도 외나무다리가 있었겠지요. 눈썹달 뜨던 밤 소곤, 소곤거렸겠지요.
복숭아꽃 말고 복사꽃이라 부르렵니다. “복사꽃 지는 걸 보고 술 한잔 먹지 않는 이와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 했던가요? 분명 인생을 모를 테니까요.
밤에 먹어야 예뻐진다는 복숭아를 참 좋아했었지요. 사촌 누님도 가고, 아랫마을 그 형도 가고, 비켜 갈 수 없고 나란히 갈 수도 없던 정자나무 옆 외나무다리는 전설이 되고…….
그래요, T. S. 엘리엇의 말처럼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서가 아니라 사월은 잔인한 달 맞네요. 까맣게 지워졌던 옛일이 되살아나고, 무심한 듯 꽃은 또 피고 지니 말입니다.
복사꽃이 집니다. 핑계 삼아 술 한잔 먹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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