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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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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뵙고 왔습니다. 백여 리 달려가 큰 어른 곁에 한나절 머물렀습니다. 미주알고주알 어지러운 세월 고해바치려 찾아뵌 것 아니었습니다. 답답한 세상사 물으러 찾아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터, 그냥 한번 뵙고 싶었지요. 발치에서 가만 뵙기만 해도 안심이고 위로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요.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1238-8, 흐트러지지 않고 단아하셨습니다. 세월의 옹이에도 정정하셨고요. 저기 저, 누구일까요? 어른을 안고 있네요. 넉넉한 품에 오래 안겨있습니다. 

 

먼 고향에도 터줏대감 큰 어른이 계셨지요. 석 달 가뭄 물꼬 다툼에, 차마 감당 못 할 우환에 찾아가 여쭈었지요. 그러게요, 뭐라 가르마를 타 주셨는지, 무어라 방책을 내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웃들 오래 왁자했지요. 짐작건대 그 어른 아무 말씀 없으셨을 겁니다. 분명 저 ‘하제마을 팽나무’처럼, 가만 입 다물고 계셨을 겁니다. 내 편도 아니고 네 편도 아니고, 다만 세월과 세상 편이었을 겁니다. 앞산 가랑잎처럼 쉬이 뒤채지 말고 저 팽나무처럼 한오백년 골똘해야 어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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