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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참과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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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중삼(中三)? 두 아이가 입씨름합니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이 봤거든, 분명히 너였어.” “아니야, 하느님께 맹세해 나는 거기 안 갔다니까.” 상기된 칠월이 화끈 더 달아오릅니다. 분명 보았다는데 왜 아니라는 걸까요? 행여 비슷한 사람을 보았을까요? 덤불 속에 대가리 감춘 꿩처럼 저 아닌 어둠을 봤을 거라 우기는 걸까요? 

 

소서(小暑) 지나고, 점심때 먹은 게 얹혔는지 오목가슴이 갑갑합니다. 사람은 감각이 다섯이지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보고 만져 봐야지요. 그런데 시각 비율이 70%를 넘는답니다. 과하게 눈을 확신한다는 것이지요. 그림자도 조석으론 길고 한낮엔 짧은데 말입니다. 상수만 보고 변수는 못 보는 것입니다. 녀석들 누구는 참이고 누구는 아니겠지요. 

 

저벅저벅 석양에 발자국이 따라붙습니다. 생각이 무거워 자꾸만 처지는 나를 금세 앞서갑니다. 그림자는 어른인데, 땡볕 아래 벌겋게 핏대를 세우던 녀석들쯤? 아직 변성기라 목소리가 걸걸하네요. 우리는 두 눈 부릅뜬 채 어둠만 보기도 합니다. 제 눈 감고 세상이 어둡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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