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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놀이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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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여름 방학했다아” 손녀가 말을 걸어옵니다. 이 녀석 심심한 거지요. 덥다 더워, 집안에만 갇혀있어 답답했던지 몸을 배배꼽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놀이터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넘어온 겁니다. 아무도 안 부른 제 이름을 저 혼자만 들은 겁니다. 그래, 나가자! 행운목, 벵갈고무나무, 테이블야자수……, 비 오는 날 화분을 집 밖에 내놓던 2층 할아버지가 생각났지요. 

 

모래밭의 철봉과 늑목이 사라졌을 뿐, 맨땅바닥이 우레탄 메트로 바뀌었을 뿐, 아이들 얼굴이 달라졌을 뿐, 미끄럼틀·시소·그네 놀이터 풍경이 그대롭니다. 우르르 미끄럼틀에 몰리던 녀석들이 시소에 서로 앉으려고 야단이네요. 밀치지 말고 밀리지 말고 그네 시소 미끄럼틀 차례차례 타면, 돌아가며 타면 좋으련만.

 

가만 보니 이 녀석들 미끄럼틀보다, 시소보다, 그네보다 저희끼리 깔깔 밀치고 안고 잡고 부딪는 게 좋은 겁니다. 머리로만 외우지 말고, 눈으로만 읽지 말고, 몸으로 익히는 게 평생 간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요. “성덕아아 어서 들어오너라, 밥 먹자!” 골목을 불러들이던 그 목소리는 어둑어둑 해가 다 넘어가도록 들리지 않습니다. 영영 들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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