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텃밭으로 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집권한 뒤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는 늘 뜻밖의 결과로 귀결되곤 했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에 이어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이래 전북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작용하면서 의외의 결과를 낳곤했다. 분명한 것은 집권당 최고 실력자인 대통령과 당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도지사는 물론, 전주시장 등 주요지역 단체장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얻은 이가 승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2026년 전북 지방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고,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새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에만 몰두할뿐 지방선거에서 현실 정치와 한걸음 거리를 둔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 수사일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해서 적어도 지사, 교육감 정도는 충성도가 높은 자기사람을 심고 싶어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내년 6.3 지방선거 시점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고,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알 수 없으나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화한 신주류와 비주류간 힘겨루기도 관심사다.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절차에 대해 ‘노컷 당대표’를 강조하면서 “‘억울한 컷오프’는 없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범죄자 등 경선에 오를 수 없는 후보 이외에는 모두 경선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년전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비롯, 유력한 시장군수 후보들이 원천 배제되는 등 무원칙 경선을 경험했던 전북에서는 정 대표의 언급이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역위원장 교체와 이춘석 사건, 조국 사면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중대변수다. 총선 이후 지역위원장이 교체된 전주을(이성윤), 전주병(정동영), 익산갑(이춘석) 등은 소속 지방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주시장이나 익산시장 선거 때 큰 기류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전주을, 전주병에서는 전임 위원장 사람을 교체하려는 징후가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익산갑은 이춘석 의원 체제로 급격히 힘이 쏠리는 분위기였으나 차명 주식투자 사건 이후엔 친 이춘석 라인이 급격히 붕괴되는 분위기다. 이춘석 사건은 비단 익산뿐 아니라 전북지사 선거전, 나아가 전주시장 선거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때마침 광복절을 기해 단행된 조국 사면은 그 불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통합이 된다면 일정 지분을 요구할 것이나 현실 정치의 속성상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만일 지금처럼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전남과 가까운 정읍이나 고창지역은 물론, 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합하는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뜨거운 감자인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의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역 정치권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나비효과를 예고한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리턴매치 형식의 대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때 1위또는2위를 했던 유력한 인물들이 묘하게도 공천이나 본선에서 낙선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절치부심 재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면 생사를 가를 또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이미 전북 선거판에서 시작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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