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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의 화룡점검] 지방선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손’ 논쟁이 일고 있다. 공정한 경쟁의 룰과 무관하게 중앙 정계의 최고 실력자가 공천을 좌우할 거라는 거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그게 바로 임명장이 되는 전북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과거 전북지사 선거전의 역사가 그것을 웅변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때 민주당 계열의 중앙당 사무총장과 도당위원장을 지냈던 최락도가 유력해 보였고, 유신 시절 실미도 사건을 국회에서 언급해 고문까지 받았던 강근호 전 의원도 다크호스로 여겨졌으나 경선 결과는 지역에 아무런 기반이 없던 무명의 유종근 아태재단 사무부총장이었다. 소위 김심(김대중의 의중)을 등에 업은 그를 동교동계에서 확실하게 밀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3년뒤 현직의 유종근 지사가 재선가도에 나섰을 때는 경선도 없이 후보로 추대됐고 최종 무투표 당선됐다. 현직 대통령이던 DJ가 “전북에서는 유종근 지사가 잘하고 있죠”라고 한마디 하자 지사를 꿈꾸던 후보군들은 모두 말한마디 못한채 출마를 포기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 3김시대의 대표적인 한 단면이다. 유 지사가 물러난뒤 2002년 지방선거때는 특별히 중앙당의 입김이 없이 완전 자유경선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직이던 강현욱, 정세균 의원이 격돌했는데 강 의원이 신승했다. 2006년엔 강현욱 당시 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이 맞대결했는데 강 지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시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으로 귀결됐다. 김완주 지사가 재선가도에 나섰던 2010년엔 강봉균 의원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당 수뇌부의 종용에 의해 뜻을 접어야만 했다. 2014년과 2018년엔 송하진 후보가 강봉균, 김춘진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하면서 재선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때도 역시 지역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있었으나 중앙 정치권의 실력자가 특정인을 낙점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지방선거때 송 지사는 3선가도를 노렸으나 중앙당 실력자는 물론, 지사 선거 후보군들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컷오프 돼 링에도 서보지 못한채 분루를 삼켜야 했다. 재선이던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손을 맞잡으면서 당연히 둘중 한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상당 기간 현실정치를 떠나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김관영 전 의원이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면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어떻게 될까. 한편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을 거론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또 한편에선 정심(정청래 대표의 의중)이 회자된다. 3김시대와 달리 빅브라더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이때 과연 전북지사 경선은 중앙당 실력자에 의해 결정될까, 아니면 전북 당원들과 민심에 의해 결정될까. 분명한 것은 조작된 민심이 아닌 저변의 민심을 얻는 자가 최종 승리한다는 거다. 지금부터 진행되는 모든 과정과 절차는 경선 결과가 나온뒤 복기를 해보면 다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의 악수가 훗날 기가막힌 묘수가 되기도 하고, 현 상황에서 볼때 회심의 일타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될 수도 있다.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 시킨다는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지사가 된 것이 결국 독이 되기도 하고, 떨어진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는 가 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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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0.21 18:46

[위병기의 화룡점정] 미리보는 전북 지방선거 기상도

전북을 텃밭으로 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집권한 뒤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는 늘 뜻밖의 결과로 귀결되곤 했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에 이어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가 치러진 이래 전북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작용하면서 의외의 결과를 낳곤했다. 분명한 것은 집권당 최고 실력자인 대통령과 당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도지사는 물론, 전주시장 등 주요지역 단체장이 결정되는 일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얻은 이가 승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2026년 전북 지방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됐고,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새로 꾸려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에만 몰두할뿐 지방선거에서 현실 정치와 한걸음 거리를 둔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 수사일뿐 어떻게든 영향력을 행사해서 적어도 지사, 교육감 정도는 충성도가 높은 자기사람을 심고 싶어할 것이란 점이다. 물론 내년 6.3 지방선거 시점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나 되고, 민주당에 대한 장악력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알 수 없으나 정청래 대표 체제 출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화한 신주류와 비주류간 힘겨루기도 관심사다.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 절차에 대해 ‘노컷 당대표’를 강조하면서 “‘억울한 컷오프’는 없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범죄자 등 경선에 오를 수 없는 후보 이외에는 모두 경선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3년전 송하진 지사의 컷오프를 비롯, 유력한 시장군수 후보들이 원천 배제되는 등 무원칙 경선을 경험했던 전북에서는 정 대표의 언급이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역위원장 교체와 이춘석 사건, 조국 사면은 그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모르는 중대변수다. 총선 이후 지역위원장이 교체된 전주을(이성윤), 전주병(정동영), 익산갑(이춘석) 등은 소속 지방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주시장이나 익산시장 선거 때 큰 기류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전주을, 전주병에서는 전임 위원장 사람을 교체하려는 징후가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익산갑은 이춘석 의원 체제로 급격히 힘이 쏠리는 분위기였으나 차명 주식투자 사건 이후엔 친 이춘석 라인이 급격히 붕괴되는 분위기다. 이춘석 사건은 비단 익산뿐 아니라 전북지사 선거전, 나아가 전주시장 선거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때마침 광복절을 기해 단행된 조국 사면은 그 불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통합이 된다면 일정 지분을 요구할 것이나 현실 정치의 속성상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며, 만일 지금처럼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전남과 가까운 정읍이나 고창지역은 물론, 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경합하는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뜨거운 감자인 전주완주 통합 문제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의원,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의 입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역 정치권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나비효과를 예고한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리턴매치 형식의 대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지방선거때 1위또는2위를 했던 유력한 인물들이 묘하게도 공천이나 본선에서 낙선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절치부심 재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면 생사를 가를 또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이미 전북 선거판에서 시작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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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9.02 18:46

[위병기의 화룡점정] 전북판 주화파와 척화파 맞붙은 전주완주 통합

서울 잠실 석촌호수 부근에 눈에 잘 띄지않는 하나의 비가 있다. 사적 제101호인 삼전도비다. 조선 인조가 청나라 홍타이지 앞에서 무릎을 꿇은채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렸다는 소위 삼배구고두례를 행한 치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비문이다. 1636년 병자호란과 그 이듬해 삼전도의 굴욕을 승자인 청나라 시각에서 미화한 것이다. 동일한 내용을 만주 문자, 몽골 문자, 한문으로 새겨놓은 매우 특이한 사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당시 조선왕조가 화를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절체절명의 상황속에서 지도부의 판단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준다. 사실 척화파의 명분은 차고 넘쳤다. 불과 얼마전 임진왜란때 나라가 결딴나기 직전에 구해 준 명나라를 배신하는 건 누가봐도 배은망덕한 일이었다. 그런데 “기울고 있는 명나라 편을 들었다가는 욱일승천의 기세로 떠오르는 청나라의 보복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는 주화파의 주장은 너무나 무섭게 현실이 됐다. 나라를 거덜낸 조선왕조는 망하는게 상식이고, 집권층이 도륙당하는게 마땅할텐데 막상 굶어죽고, 맞아죽고, 노예로 끌려가고, 수탈당한 이들은 이름없는 숱한 백성이었다. 이후 조선은 청의 속국이 됐고 명목상으로나마 조선이 자주국으로 인정된 것은 260여년이 지난 뒤 청일전쟁을 마무리하는 시모노세키 조약이었다. 청과의 주종관계가 끊어지면서 한반도의 주인은 결국 일제가 됐다. 구태여 장황하게 옛 일을 거론하는 이유가 있다. 시대가 바뀌었을뿐 요즘 관세협정을 무기로 한 미국의 횡포는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명분과 이념의 벽을 걷어내고 철저히 국익과 실용주의에 입각해 세련된 협상을 이끌어내는가 여부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렸다. 지극히 범위를 좁혀 전북에 국한해도 사안이 크고작을뿐 마찬가지다. 요즘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는 바로 완주-전주 통합 문제다. 찬성측이나 반대측 모두 지역발전과 보다 나은 삶을 강조한다. 하지만 동일한 사안을 두고 전혀 다른 해법이 나오는 것은 바로 서 있는 위치가 다르고, 정치적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전주나 완주주민, 조금 더 크게보면 전북도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완주군민을 대상으로 한 공식, 비공식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찬반측의 해석은 크게 엇갈린다. 통합 찬성측은 “현재 찬반이 엇비슷한데 샤이 찬성표가 많기에 주민투표로 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반면, 반대측은 현재 반대여론이 2배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현실을 보자. 완주를 기반으로 한 선출직 공직자, 즉 국회의원, 군수 후보군, 도의원이나 기초의원 후보군 중 통합에 찬성하는 이는 이서에서 군의원을 준비중인 A씨 한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반대라고 한다. 또한 막상 주민투표에 들어가면 반대측은 유권자를 동원할 수 있는 반면, 찬성측은 차량으로 실어나르는 등 실제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결국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중요한 변수는 지금부터 이어질 여론의 추이다. 찬성측이건, 반대측이건 대부분 내년 지방선거나 차기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임엔 분명한데 과연 대다수 완주지역 주민들의 속내는 어느쪽으로 기울고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전북도민과 완주군민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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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7.29 18:40

[위병기의 화룡점정] 민주당 정권 탄생 이후 전북의 진로

'대머리 법칙'이라는게 있다. 러시아에서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한 대(代)를 걸러 반드시 대머리인 사람이 된다는 거다. 1917년 대머리였던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으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이래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은 머리숱이 엄청 많았는데 다음번 흐루쇼프는 대머리였고 뒤이은 브레즈네프는 머리숱이 많았다. 이후에도 대머리로 유명한 고르바초프와 그 반대인 옐친, 그리고 또 대머리 푸틴까지 우연치고는 참으로 묘하다. 우리나라도 대머리 법칙 비슷한게 있다. 크게보면 호남권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 영남권을 토대로 한 국민의힘이 짧게는 3년, 길어봐야 10년간 집권하고 바통을 넘겼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민들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세력의 발호를 용인하지 않았다. YS, DJ같은 거목조차도 임기초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으나 퇴임은 초라했다. 광복이후 줄곧 야당이었고 찬밥신세였던 전북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 것으로 기대했으나, 냉엄한 현실을 깨닫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때의 차별과 멸시는 구태여 거론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도 보수정권 때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지 실제 전북이라고 하는 함선의 규모나 성능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앙정부에서 낡고 성능이 뒤떨어진 배를 최신식으로 교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북호를 몰아왔던 조타수나 항해사 등의 열정과 지혜 또한 크게 부족했던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 전북호에 타고 있는 승객들의 처지가 이렇게 곤궁한게 아니던가.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집권당이 바뀌고 대통령 한명 교체됐다고 천지개벽이 될 일은 없겠으나 어디에 가서 하소연 할곳조차 없었던 전북으로서는 새로운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진로를 정해 선진국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하기에 지역과 관련된 부분은 사소한 것일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전체의 이익과 부분의 이익이 충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는 한편, 도민으로서 뭔가 다른 기대도 하고 있다. 인적자원, 물적자원의 배분이 보편타당한 논리에 근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과거 전북인들이 집권당 대표나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장이나 장관 등을 지낼때 큰 기대를 했으나 사실 지역발전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들 개인적으로 복지와 영광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처럼 쓰라린 경험이 있더라도 전북인들은 뭔가 돌파구를 찾고 싶어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당 대표 시절 함께 했던 1·2기 지도부와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만찬에서 의미있는 발언 하나를 했다고 한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전현희 최고위원의 전언에 따르면 “영남이나 강원처럼 약간 어려운 지역의 표심이 아무래도 이 대통령에게 그렇게 좋게 나오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지역을 좀 더 배려하고 앞으로 통합된 나라를 만들면 좋겠다’는 (이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큰틀에서 통합과 균형발전을 향한 원론적인 발언이기는 하지만, 지역민들은 굳이 언급을 하지 않았더라도 새 정부가 전북에 대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게 오늘날 전북지역 민심이다. 단순히 전북 출신 장관이나 수석 한두명 발탁한다고 지역 민심을 얻는게 아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6.10 18:51

[위병기 칼럼] 지역맹주 없는 전북정가 각자도생의 길로

프랑스 남부에 가면 론 강을 끼고 있는 아비뇽 이라는 도시가 있다. 중세의 흔적이 물씬 풍겨나는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아비뇽은 카노사와 더불어 교황권의 부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성 있는 곳이다. 아비뇽 유수는 1309년부터 1378년까지 교황청이 오늘날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했던 시기를 일컫는 용어다. 교황이 외진 곳에 유폐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비뇽 유수와 정반대의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카노사의 굴욕이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이탈리아반도 북부의 카노사성에서 교황 그레고리오 7세에게 파문을 취소해 달라고 1077년 추운 겨울날 3일 동안 관용을 구한 대사건이다. 신임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를 앞둔 요즘 아비뇽 유수와 카노사의 굴욕이라는 두가지 사건은 종교의 영역을 떠나 인간세계의 부침과 속성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얼마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게 남긴 생전 메시지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 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사람들을 자세히 봐라. 제대로 듣지 않는다”며 “말을 듣다 말고 중간에 대답하곤 하는데, 평화에 도움 되지 않는 자세”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6월 3일로 예정된 장미대선에 나온 대선 후보들은 정치의 속성상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겠으나 너나없이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청하지 않고 독기가 가득한 말만을 뿜어내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오늘날 한국정치의 현장이다. 시민들은 요즘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며, 집권 이후 그려질 청사진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범위를 좁혀서 전북 정치권에 한정하면 대선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확인하는 하나의 절차일뿐, 관심은 온통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쏠리고 있다. 탄핵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고, 민주당 경선이나 대선 득표율을 운운하는 것 역시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뿐이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지역맹주가 없어졌다. 정세균, 정동영 의원이 당 대표나 대권 후보로 뛸때만 해도 적어도 전북에서 일정 부분 지분 비슷한게 있었으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전북의 지분을 운운할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지역에서 자신을 챙겨줄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지선 후보군들은 너나없이 중앙무대 이런저런 연고를 쫒아 동아줄을 찾고있다. 도지사나 교육감, 시장군수 선거전이 1년 남짓 남있지만 이번 장미대선이 점수를 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직 단제장은 말할것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후보들은 저마다 유력한 중앙 정치권 실세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는게 오늘의 형국이다. 지방권력은 지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도민으로부터 나오는게 상식일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 전북정치권의 현실을 보면 “주권은 민주당에 있고 모든 권력은 중앙당 실세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거 같다. 영남도 마찬가지지만 전북에서는 지역민들의 투표는 특정 정당 후보를 추인하는 하나의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맹주가 없는 현실속에서 지역 정치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민들이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눈을 부릅뜨고 정당과 지역정치인들의 행태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여기에서도 역시 견제와 감시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 화룡점정=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4.29 18:55

존폐의 기로에 선 전북의 운명은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 7일부터 공개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제목이다. 할머니, 엄마, 딸로 이어지는 3대에 걸쳐 어려운 현실을 이기고자 몸부림을 치면서 조금씩 생활이 우상향 곡선을 긋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들이 선택한 결정 하나하나가 훗날 삶의 궤적을 엄청나게 바꾸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의 과정에서 처한 하나의 기로(岐路)일지도 모른다. 갈 방향이 서로 다르게 나누어지는 지점을 우리는 기로라고 한다. 1543년 사소한듯해도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일거에 바꾼 중대한 기로가 있었다. 조선에서는 최초 서원인 백운동 서원이 세워졌다. 같은해 일본은 포르투갈 상인이 전해준 조총 한자루를 받게된다. 일본은 머지않아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이루고 결국 그 여세를 몰아 조선을 침략한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게 바로 기로다. 지금 지구촌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가는 한반도에 있다. 6.25 전쟁직후 체결된 휴전협상 결과 미국과 소련이 밀당을 한 결과 그어진 선이다. 38선은 그때 처음 거론된게 아니다. 1904년 러일전쟁 직전 러시아와 일본은 북위 39도 선을 경계로 조선땅을 토막내 갈라 먹으려는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러일전쟁으로 치달은 바 있다. 그에앞서 임진왜란때 명나라의 심유경이 중재한 일본과의 휴전 협상에서도 명과 일본은 조선을 반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끝내 결렬된 바 있다. 힘이 없을때 야수처럼 달려드는 제3의 세력에 의해 운명이 결정됨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지역이나 지방정부 역시 기로에 서게되는데 그 결정에 따라 운명은 크게 갈리게 된다. 오늘날 전북은 성패가 아닌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구태여 인구나 면적, 경제력 추이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기회가 있을때마다 잘못된 결정을 한 업보다. 숱한 오판은 비단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책임자 몇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정치적, 행정적, 사회적 책임자뿐 아니라 전북의 운명이 기로에 설 때마다 무능과 나태가 판치도록 수수방관한 민초들의 잘못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특정 정파에 매몰된 싹쓸이 투표행태는 관행이 됐다. 그 결과 대다수 도민은 신음하는 와중에 몇몇 정치인만 꿀단지를 빨고있는게 오늘의 현실이다. 요즘 전북이 읍소하다시피하는 공항이나 철도 문제를 보자.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전주도심 철도 반대를 외친 대가는 결국 오늘날 전북이 철도 오지로 전락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KTX 역사 위치를 결정할 때 책임있는 당사자가 일부 지역의 표에 굴복한 것이 결국 전주권이 KTX 오지로 남는 결과가 됐다. 김제공항에 대한 찬반논란,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논란, 부안 방폐장 건립에 대한 찬반논란을 거듭하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오늘날 전북이 낙후를 넘어 존폐의 기로에 서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도 새만금특별시 설치 문제나 전주완주 통합 문제에 대해 찬반논란만 거듭하고 있을뿐 제대로 된 결론은 없다. 전북은 지금 중대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이 현실에 안주하면서 즐겁게 살든지, 아니면 확실하게 모든 걸 바꿔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도민들의 의식전환에서 시작된다. 도민들이 변화의 몸부림을 간절하게 원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설때 전북은 진정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그 시작은 나 자신의 의식부터 확 바뀌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3.18 14:07

올림픽같은 큰 판 깔아야 전북이 뜬다

며칠전 전국적인 이목을 끄는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산이라는 덕유산, 그곳 설천봉에 있던 상제루가 지난 2일 새벽 화재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작은 전시품 판매장에 불과하지만 향적봉이나 설천봉에 오르기 위해 곤도라를 이용하거나 백련사 쪽으로 등반하는 이들이라면 한두번쯤은 가봤을 법한 곳이다. ‘옥황상제관’이라는 의미의 상제루는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즈음해 만들어졌다. 설상 종목은 무주에서, 빙상 종목은 전주에서 열렸기에 무주전주 동계U대회로 명명됐는데 실은 전북이 야심차게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사전경기 성격이 짙었다. 1995년 첫 자치단체장에 취임했던 유종근 지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심의 일타를 날린 것이 바로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였다. 불과 수년전 오픈한 무주리조트 스키장 하나 가지고 흡사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멈추려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의 무모함 그 자체였다. 전북은 이후 군산에 F1 그랑프리 유치, 새만금 삼성 유치, 프로야구 10구단, LH본사 유치 등 비장의 카드를 꺼냈으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를 필두로 하는 것마다 좌절됐다. 아예 그 이후엔 새로운 시도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2023년 여름 새만금잼버리는 냉소적 시각을 배가시킨 계기였다. 최근들어 새만금에 10조 이상의 투자 유치를 끌어냈고,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500만명이 넘게 찾아오는 등 전북에 희망이 없는게 아니다. 다만 혹여 착시효과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봐야할 때다. 비가 내릴때 찢어진 우산 여러개를 받아봤자 흠뻑 비에 젖는다. 멀쩡한 우산이 하나라도 있어야만 옷이 비에 젖지 않는다. 거의 한 세대에 걸쳐 초대형 빅 이벤트를 개최하지 못했던 전북이 나락을 거듭한 것은 어쩌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우리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아닌가. 2002 한일월드컵을 떠올려 보자. 비중이 적은 예선전 몇 경기를 개최하는데 그쳤으나 이후 4만3000석 규모의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국에서 가장 축구 열기가 뜨거운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20회째를 맞은 화천산천어축제가 지난 2일 폐막했는데 20여일간 무려 186만명이 찾았다고 한다. 화천군 인구 2만3000여명의 군세를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일이다. 약 10년전 화천산천어축제장을 방문했던 필자는 그 당시 너무 추운 와중에서도 얼음낚시를 즐기던 관광객들의 밝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긴 말은 필요없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는 28일 전북특별자치도의 2036 올림픽 유치 여부가 결정된다. 지구촌과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남북 공동개최다. 하지만 작금의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은 국제무대에 서울-전주 올림픽 카드를 제시해서 당당히 평가받아야 한다.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상생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관영 전북지사가 최종 담판을 지어야 한다. 서울이냐, 전주를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연대냐의 양자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해법은 서울-전주 공동개최나 분산개최 등 제3의 상생카드로 모두가 살아야 한다. 비수도권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서울 혼자 다 먹으려고 하다가 결국 대한민국이 최종 유치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돌아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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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2.04 10:39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김관영과 오세훈

며칠전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역 균등발전 차원에서 헌법재판소 전주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법률안 발의를 앞두고 이성윤 의원(민주당 전주을)이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서명을 요청하자 뜻밖에 두명의 동료 의원들이 시큰둥하게 “그거 되겠어?” 반문하면서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의원 2명은 법조 전문가여서 어떻게 보면 헌재의 전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러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요즘 지역정가의 화두는 전북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문제다. 예상했던대로 전북에서부터 “그거 되겠어?” 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 전북은 왜, 갑자기 실낱같은 희망도 없어보이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까. 발단은 2년전 도지사 선거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상황에서 정강선 전북체육회장 등은 “무너져 가는 전북을 살리려면 뭐라도 좀 해보자”며 후보들에게 이의 공약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체육계 내부에서 차츰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자 지난해 봄부터 김관영 지사와 체육계 실력자들이 만나 해법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국제행사 유치는 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이후 1년 가량 올림픽 유치 카드는 묻혔다. 그러다가 올 여름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폐석에 가깝던 돌이 요석으로 변했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맡은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고정관념 없이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유치 장소를 선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36 하계올림픽은 아시아권이 확실시되는데 대한민국을 비롯,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뛰어들 전망이다. 서울은 이미 수도권인 인천, 경기, 강원도와 분산 개최를 준비 중이다. 전북은 광주전남은 물론, 대전, 충남 등과도 연계해 경기장 등 부족한 시설을 공유할 방침이다. 결국 내년 1월 결정 예정인 국내 후보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전북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의 한판 대결 양상이다. 하계올림픽 지역 유치가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는 점에 비단 전북뿐 아니라 비수도권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끝까지 전북과 서울이 경합을 하게 될 경우 공동개최 여부도 쓸 수 있는 카드임엔 분명하나 현재로선 일단 단독개최로 선을 긋고 있다. 전북이냐, 서울이냐? 그 결과는 정치권에 생각지도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서울올림픽 유치가 성사된다면 오세훈 시장은 그 여세를 몰아 단번에 유력한 여권 대권 후보로 부상할 수 있어 소위 ‘오세훈 대망론’에 날개를 달게된다. 만일 전북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김관영 지사 또한 잼버리 징크스를 일거에 털어내면서 연임 가도에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차차기 대권가도까지 꿈꿀 수도 있게 될 전망이다. 조훈현 국수가 한창 성가를 날리던 시절에도 유독 전주 출신 제자 이창호를 만나면 뜻밖의 패배를 당하곤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해야 본전이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못해도 본전을 찾는 작금의 상황은 조훈현-이창호의 맞대결을 연상케 한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기에 승자독식의 제로섬 게임 양상이나 손잡고 한쪽으로 함께 가면 상생의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북체육인들은 오는 12월 2일 오후 3시 전북체육회 광장에서 전북도 등과 더불어 ‘전북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를 개최, 대대적인 출정식을 갖는다. 과연 그 자리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터져 나올까. “그거 되겠어?” 아니면 “임자 해봤어?” 과연 무엇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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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1.19 15:13

전북, 이제 자조와 한탄에서 벗어나자

24일, 체육계에서는 매우 눈에 띄는 두가지 일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국회 출석이 그 하나요, 지역에서는 곧 다가올 제105회 전국체전을 앞두고 전북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것이다. 현대가의 체육계 장악,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축구를 주물러온 것에 대한 불만과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게 바로 정몽규 회장의 출석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이룬게 아니고 단순히 재벌가의 손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물려받고 축구계의 황제로 군림하면서 일 반 축구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을 한 것에 대해 국회가 정 회장을 불러 추궁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없었다.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은 물론, 전북 체육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이 출사표를 던진 이날의 결단식은 사실 전국체전을 앞두고 관행처럼 이어져온 하나의 세리머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탈꼴찌’를 다짐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 세기를 뛰어넘는 장구한 세월동안 전국체전은 조선팔도 지역민들이 향토애로 똘똘뭉쳐 힘과 기량을 겨루는 마당이었다. 요즘엔 사람들이 전국체전 순위가 몇위인지 관심조차 없으나, 오랫동안 전국체전 순위는 도세를 고스란히 반영해 온 하나의 바로미터였다. 1993년부터 최근 30년 동안의 전북 순위를 살펴보자.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북은 시도별 집계 결과, 대체로 3위에서 5위권에 랭크된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전북은 급전직하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더니 2022년 14위, 2023년 13위의 결과가 말해주듯, 이제 10위권 진입은 넘사벽이다. 그런데 사실 잘 살펴보면 인구수와 경제력이 모든것을 좌우하는 현실속에서 과거 전북의 전국체전 성적은 과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각종 지표면에서 이미 강원자치도마저 전북을 위협하고 있기에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어느곳 하나 만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넘게 오로지 체육계에만 몸담아온 체육계 원로들에게 과거는 너무나 찬란했던 영광이고, 오늘의 현실은 참담, 그 자체다. 어디 체육계 뿐이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전북은 오랜 기간 쇠락의 역사가 거듭되면서 이젠 무기력과 체념, 한탄과 자조가 생활화 한 측면이 없지않다. 전북이라는 명칭이 들어갔던 곳 중에 그래도 선방했던게 전북현대와 전북대학교, 전북은행 정도였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앙과의 격차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정작 무서운 것은 지역민들의 자조와 체념이다. 매사는 생각하는대로 이뤄지고, 행동하는대로 실현되는 법인데, 지역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열정과 희망이 아닌 비방과 질투, 한탄과 자조로 가득찼을때 앞날은 더욱 끔찍할 뿐이다. 하여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한숨소리를 멈춰야 지역 공동체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정치나 사업을 하다 망한 사람의 입에서는 공허함과 부정의 언어가 판을 치는 반면, 성공하는 이의 입에서는 긍정의 메시지가 표출되는게 세상사 아니던가. 지금부터라도 지역민들이 과거 아닌 미래를 얘기할 때 화려했던 과거는 재현될 수 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민족의 기념일로 채택된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고 한다. 과연 전북의 개천절은 언제 올 것인가. 지역민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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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9.24 16:15

새만금특별시와 전주완주통합

며칠전 김관영 지사가 14개 시군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찾은 완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의 항의로 결국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완주전주 통합 문제에 대해 김 지사가 최근 확실한 찬성 입장을 취한데 대해 일부 완주군민들이 불만을 갖고 거세게 항의하면서‘간담회장 봉쇄’라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김 지사는 완주군민의 통합 건의서가 제출돼 법에 따라 절차를 이행했을 뿐이라며 완주 군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이해당사자인 완주군의회까지 명백한 반대 의사를 피력하면서 향후 뜨거운 감자인 통합 문제에 대해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해갈지 주목된다. 통합 여부에 대해 첨예한 갈등이나 찬반 양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번처럼 대화자체가 봉쇄된다면 앞으로 전북에서 지역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심히 우려된다.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선때 전국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졌다. 남원시와 남원군의 통합 등이 그러한 사례다. 이후 지자체 통합 시도는 수차례 있었으나 실제 성공한 사례는 단 2건에 그친다. 2010년 경남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통합 창원시로, 2014년 충북 청주시·청원군이 통합 청주시가 됐다. 그런데 이번 완주군민과의 대화가 무산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현듯 하나의 장면이 뇌리를 스친다. 1995년 민선자치 시대가 개막하면서 세계화, 지방화가 화두로 등장했는데 미국에서 오래 생활했던 유종근 당시 지사는 지역 공항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유종근 지사는 전주권 공항 건설을 표방하면서 전북 5곳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후보지로는 김제에 있는 종마장 부근이 결정됐는데 부지 157만3495㎡(약 47만평)에 국비 1474억을 들여 건립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김대중 정부의 실세로 인정받았던 그가 2007년까지 공항을 완공한다고 약속했을때 거침새는 전혀 없어 보였다. 기본설계나 기본계획도 고시됐고 해당 부지에 대한 보상도 마무리됐으나 일부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소음과 환경파괴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1999년 어느날 김제에서 열린 공항 관련 공청회때 유종근 지사는 공항반대 주민들의 계란세례를 목도해야만 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공항부지를 놓고 해당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슬슬 한발 빼더니 급기야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는 동안 결국 김제공항은 감사원 감사에 이어 무산의 아픔을 겪게된다. 이러는 동안 청주국제공항과 무안국제공항은 건립돼 요즘 전북인들은 이곳을 이용하는 신세가 됐다. 전혀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 최근 완주군민과의 대화 무산을 보면서 김제공항 공청회를 떠올리는 것은 기우일까. 일단 현재 진행형인 전주완주통합 건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자. 그런데 문제는 전주완주통합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또다른 뜨거운 감자, 새만금특별시 구성 문제가 우리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행정통합을 추진중인 전주완주와 달리, 새만금특별시는 기존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그대로 놔두고 별도의 행정기구를 설립하는 것이기에 큰 충돌이 없을 것 같은데 해법은 더 어렵다. 특히 군산시와 김제시의 입장이 크게 다르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 또한 아직까지는 소속 지역구 여론만을 대변하는 상황이어서 쾌도난마식 해법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삼복더위에 가뜩이나 힘든 요즘 파리올림픽에서 선전하는 대한민국, 특히 전북 선수들처럼 뭔가 좀 시원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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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7.30 17:59

노다지와 혼노지...전북의 선택은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광맥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물건이나 이익이 많이 나오는 곳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다지’의 어원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 어원에 불과하며 이보다는 ‘광맥, 암석이나 지층, 석탄층 따위가 땅거죽에 드러난 부분’을 가리키는 ‘노두(露頭)’와 한자 ‘地’의 결합인 ‘노두지(露頭地)’ 즉 ‘노두(露頭)가 있는 땅’에서 온 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요즘 때아닌 노다지 논란이 일고 있다. 동해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 '대왕고래'가 과연 노다지냐 아니냐가 뜨거운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자원(석유·가스)이 묻혀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야당은 국면전환용 이라며 ‘천공의 그림자’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가 빈약하고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이사람 말을 들으면 이것 같고, 저사람 말을 들으면 저것처럼 보이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다. 비단 국정만 그런게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한 지역 사회도 한편에서 제시되는 장밋빛 비전은 그야말로 노다지 처럼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 시간만 낭비하는 상황이 10년, 20년, 길게는 반세기 넘게 계속돼왔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골디온의 매듭을 풀려는 인내가 아니다. 단칼로 매듭을 끊어내려는 결단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결정의 지체다. 참모진의 숱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고,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일거에 바꿔놨다. 찬반양론이 팽팽할때 지도자는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고뇌에 찬 결단을 통해 반드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울때 손빼는 것은 책임회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새만금공항이나 새만금사업이 더뎠던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이 결정적인 원인이기는 했으나 찬반양론을 거듭하며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흐느적거린 지역사회에도 그 책임의 절반은 있었다고 봐야한다. 부안 방폐장 문제나 KTX 신설역 위치 등 민감한 사안이 있을때마다 지역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했는데, 그게 훗날 약이 아닌 독이 되지 않았던가. 요즘 지역 현안이 거창한 것 같아도 크게 보면 사실 별게 없다. 완주전주통합 문제나 새만금특별시 정도인데 그것도 전국적인 상황에서는 얘깃거리도 못되고 지역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의 확충을 통한 살기좋은 고장 만들기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일본 속담이 있다. 전국시대 통일의 초석을 놓은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 혼노지(本能寺)라는 절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인해 발생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적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점을 너무 적확하게 보여준다. 집안이든, 기업이든, 나라든 일거에 무너지는 것은 외부에서 몰아치는 폭풍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가 결정적이다. 전북은 과연 노다지를 캘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혼노지의 변을 겪을 것인가. 지금은 장고할 때가 아닌 착점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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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6.11 15:21

전북 당선자, 몽골 기병처럼 달려라

대구 수성구갑에서 이번에 6선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1988년 총선 이후 대구에서 첫 6선 의원이 됐다. 그가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던 때 지인 몇명과 식사를 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가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에게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지역 일간지만 보시는데 제가 중앙무대에서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며칠만 지역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너 요즘 뭐하느냐’고 혼을 내시니까 활동상을 잘 좀 다뤄주세요” 소위 당 3역중 한명인 정책위의장이기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앙언론에 거의 매일 다뤄질 것은 분명한 만큼 친숙한 TK 언론인에게 좀 엄살을 피우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번 제 22대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당선인 25명 가운데 6선이 1명, 4선 2명, 3선 6명, 재선 8명, 초선 8명 등이다. 앞서 언급한 주호영 6선·윤재옥·김상훈 4선 등이다. 추경호, 송언석, 이만희, 김정재, 김석기, 임이자 등 3선 의원들은 앞으로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맡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 25명 가운데 3선 이상은 3명에 불과했는데 초재선 위주의 의원들이 중량감 있게 의정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폭발했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이번엔 상황이 중진 위주로 바뀌었다. 21대는 초선 의원이 많은 '피라미드형'이었다면 22대는 중간이 불룩해진 '종형'으로 변한 것이다. 전북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강원도를 한번 가보자. 강원 여권은 이번 총선을 통해 5선과 4선(한기호), 3선(이철규·이양수), 재선(박정하·유상범)을 배출했다. 강원 동해안벨트에서도 정치적 중량감이 커지면서 지역 현안과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강릉에서는 '원조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의원이 강원지역 최다선인 '5선'고지에 올라섰다. 강원도에서 5선 중진이 배출된 것은 지난 1978년 10대 총선 이후 무려 46년 만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번에 전북 10석을 모두 석권했다. 전체 의석을 석권한 것은 20년만이다.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3선 한병도, 김윤덕, 안호영, 재선의 신영대, 이원택, 윤준병, 초선의 이성윤, 박희승 등이다. 총선이 끝나고 당선자들은 이제 새로운 4년 임기를 맞는다. 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민초들의 기대와 당부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결론은 몽골기병 처럼 달려야 한다. 몽골 기병은 13세기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 제국에서 발전한 기병 부대인데 한번에 100km가 넘는 거리를 말을 타고 이동했다. 뛰어난 기동성과 전투력은 몽골 제국의 팽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 몽골의 인구는 350만명 가량 된다. 세계를 제패하던 당시 인구는 기껏해야 100만이었고 군대도 많아야 10만명이었다. 이 숫자로 전 세계를 정복했다. 전북 의원들이 몽골 기병처럼 달려야 한다는 것은 야당인 민주당 일색이고, 숫자도 1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몽골 기병의 장점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진정한 힘은 관용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관용은 도덕적 의미가 아니고 불편하지만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한다.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곧 실용적 개방이며, 이게 바로 혁신으로 이어진다. 강자의 비밀은 사실 관용에 있다. 총선 과정의 피아구분에 연연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소아병적으로 닫으면 머지않아 자신이 죽는다. 반대로 널리 개방하면 살길이 있다. 전북의 활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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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4.16 15:32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리더십이 전북의 활로

새해 첫 날인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자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는데 눈길 끄는 장면 하나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두 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조우한 것이다. 여야 대표가 새해 벽두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거나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참으로 묘한 장소에서 묘하게 이뤄졌다. 4월 총선때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는 막다른 골목에 처한 여야 총선 사령탑들이 통합의 가치를 강조한 DJ 묘소에서 조우한 때문이다. 오는 6일은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되는 날이다. 이를 즈음해 각종 서적 출간이나 서사 음악회 등 전국 규모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는데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오는 10일 개봉 예정인 고인의 정신을 담은 다큐 '길위에 김대중'이다. 고인의 탄생 백주년을 앞두고 제작된 영화는 청년 사업가 김대중이 정계에 입문해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후광 김대중, 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사람이다. 현실 정치에 몸담으면서 두번이나 야권통합에 실패해 결과적으로 민주세력의 집권을 늦춘 책임의 절반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재직때 아들 관리를 잘 못해 자식이 구속되는 불명예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일부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DJ는 전무하고 또 후무한 현대사의 거목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원한과 갈등을 없애려고 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동서갈등과 보혁갈등을 없애려했고, 남북갈등과 한일갈등을 없애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받는 김대중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너나 할것없이 김대중 리더십을 강조한다. 여와 야가 극단적인 갈등을 빚는 현 정국은 통합의 정치를 펼쳐온 김대중 테제가 그립기만 하다. 자신을 죽이려했고, 동지와 자식을 고문하고 학대했던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에 대해서도 끝내 용서를 했던 후광의 리더십이야말로 감히 정객들이 함부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임에 틀림이 없다. 한편에선 DJ의 '가치'와 '리더십'으로 단련된 '젊은 김대중'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DJ는 일찌감치 “용기란 성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책임감에서 나온다”고 했다. 행동하는 양심은 바로 지금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가치인지도 모른다. 128년동안 사용해 온 전라북도 명칭이 오는 18일부터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뀐다. 특별자치도 도민이 되는 전북인들은 작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2022년 도지사, 교육감, 전주시장을 비롯한 지방권력의 상당 부분을 교체했으나 전북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느리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부의 홀대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확실히 크다. 하지만 전북의 내재적 문제 또한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도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도민의식이 필요하다. 1988년 황색돌풍이 분 제13대 총선 이래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특정 정파, 특정 집단이 독식해오면서 지역 살림을 망친 측면이 없지 않다. 오는 4월 10일 총선때 도민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면 리더십 교체를 해야한다. 현 정치상황을 보면 전북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보인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북에서는 역량부족인 사람은 확실히 바꿔야 한다. 민주당 후보 얼굴만이라도 좀 바꿔서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 그게바로 혁신이다. 김대중 리더십은 다른게 아니다. 전혀 다른 정파에 대해서도 포용하고 화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직접 나서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총선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새해벽두 전북도민들에게 던져진 화두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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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1.02 15:42

전북도민은 과연 몇등 시민인가?

말도 안되는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대도시에 살면 1등시민, 중소도시는 2등시민, 시골은 3등시민” 이라고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핀잔을 면치 못할텐데 현실을 잘 살펴보면 과장된 점이 있지만 꼭 틀린 것만도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좋은 학교를 찾아 서울로 몰려들고 있고, 일자리와 빅5 병원을 향한 행진은 그칠 줄을 모르니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시민의 대접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엄연히 성남시 분당구이나 분당사는 사람은 절대 성남 산다고 하지 않고 분당이라고 강조한다. 분당 중에서도 판교 사는 이들은 “분당 산다고 하지 않고 판교 산다”고 말하는 세태다. 얼마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화두를 던진 ‘서울시 김포구’ 문제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기는 해도 속한 지역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을 웅변한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와 80년대 올림픽에서 몇위에 랭크됐는가 하는 것은 국민들의 자부심에 관한 문제였기에 각국에서는 기를쓰고 순위를 올리려고 애를썼다. 특히 체코, 루마니아, 동독을 비롯한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은 실제 경제력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곤 했는데 이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엘리트 선수 몇명에게 과할 정도로 선택과 집중을 한 때문이다. 이미 서구선진국들은 그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나 대한민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각 시도별 순위를 중시했던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 역시 성적이 갖는 의미는 지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기에 과한 경쟁이 펼쳐지곤했다. 전북은 전국체전에서 지난해 14위, 올해 13위를 차지했는데 인구와 경제력에 의해 모든게 좌우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젠 구태여 시도별 단순 비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특정 수치나 특정 사안이 그 소속 집단의 삶의 질이나 자긍심과 직결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언필칭 전북을 농도라고 하며 이에 걸맞게 2024년 1월 출범할 전북특별자치도의 지향점 역시 생명경제 실현이다. 그런데 한가지 수치를 들어 농생명수도 전북의 실상을 보자. 내년 1월로 예정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조합은 총 1111개인데 이중 전북은 92개에 불과하다. 투표권 2장을 갖는 2표조합수를 합친 의결권 수는 전국적으로 1255개인데 전북은 8.7%인 109개에 불과하다. 전국비 의결권 수 비중은 경기 14.1%, 충남 12.7%, 전남 12.8%, 경북 14.4%, 경남 12.0% 등이다. 농도의 상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에서마저 전북이 규모면에서는 하위권이라는 얘기다. 내년 1월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은 지금 한창 기대에 들떠있다. 늘 변방 취급을 받던 전북이 이제 뭐가 좀 달라지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라고 할 수 있다. 차제에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당국의 깊은 고민과 역지사지의 자세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전북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3등시민 취급을 받는다면 과연 누가 전북도민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선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에 긍지를 갖겠는가. 예산안 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가운데 타 시도에서는 정부편성안 보다 많은 플러스 알파를 위해 뛰고 있는데, 전북은 5천억원이 넘게 깎인 새만금예산의 복원에만 연연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 5천억원 넘게 삭감된 새만금 예산안에서 80%가 복원된다해도 결과적으로 타 시도와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게 뻔하다. 단순히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근본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질적인 종교, 문화, 민족이 얼키고 설킨 로마가 그처럼 오랫동안 번성을 누린 것은 각자에게 ‘로마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게한 때문이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과연 전북도민은 몇등 시민인가”를 정부당국에 묻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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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1.14 14:16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회장의 역할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모든이에게 풍요로운 때인데 웬지 이번 추석을 맞는 전북도민들의 마음은 넉넉하지 않다.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사업 예산 난도질로 인해 전북도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크게 훼손된 때문이다. 어떤 이는 통곡하고, 어떤 이는 한탄하며, 또 다른 이는 삭발과 단식으로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보다 훨씬 많은 도민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전북 출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지사, 김홍국 재경도민회장 등 3인이 더 확실히 해야할게 있다. 올 초 재경 전북도민회 신년인사회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내로라하는 전북 출신 인사 1천여 명이 함께하는 신년인사회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총리는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 특히 작년 총리 지명때 전북권 일각에서 고향 논란이 제기될때 재경도민회가 앞장서서 힘을 모아줬기에 그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그리고 반년 이상이 지난 뒤, 잼버리 사태와 그에 이은 새만금사업 재검토가 화두에 올랐다. 도민들은 한 총리의 뚝심과 용기가 백척간두에 선 전북에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한 총리의 행보는 그가 정녕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용기있는 지도자인가를 되묻게 한다. 전북 출신 총리이기에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라는 편협한 얘기가 아니다. 훗날 그가 고향을 사랑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총리로 기억되려면 보다 확실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애매하게 정부여당의 논리만을 전하는 허세총리가 아니고 현 정부의 실세총리로 확실히 각인되기를 바란다. 새만금 SOC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고향에서 돌팔매를 맞더라도 앞장서서 설득에 나서라. 만일 그 반대라면 용퇴를 각오하고 새만금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총리가 대통령을 설득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명색이 총리가 고향 사업 하나에 연연하느냐”는 비판이 무서워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가 총리를 퇴임한다면 과연 훗날 고향사람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10여 년의 정치활동에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김관영 지사는 이제 냉철한 해결자가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의 전북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각 사회단체나 야당인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은 따로있다. 결정적인 해법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해서 어떻게든 답을 구해야 한다. 전직 정무부지사가 나서서 대통령 핵심 참모들과 접촉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나름대로 견마지로를 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정문일침의 해법은 지사가 어떻게든 대통령과 직접 면담해서 이해를 구하고 담판을 지어야 한다. 과거 김완주 지사때 논란이 됐던 ‘새만금 편지’처럼 구걸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분노하는 것은 쉬운 것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인내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의 행동하는 양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언필칭 500만 전북도민 이라고 한다. 300만 이상의 출향인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을 대표하는 김홍국 회장은 고향 사람들의 울분과 요구에 일정 부분 공감할 입장에 있다. 하림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들어가 있고 더욱이 최근 HMM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속에서 그가 확실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자격이 아니고 재경도민회장으로서 그는 고향의 부름과 물음에 앞장서서 답해야 한다. 현 정부와도 교감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타협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 이번에 출향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훗날 김홍국 재경도민회장에 대한 평가 또한 새롭게 매겨질 것이다. 이래저래 생각이 깊어지는 한가위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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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9.26 15:58

전북, 새만금잼버리 전후 확 달라야

전라도 정도 천년 최다 외국인 찾아 대회 계기로 도민 의식 확 바뀌어야 닫힌 사고로는 지역발전 기대못해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지난주말 서울 용산역과 대학로 등지를 방문하게 됐는데 평소와 다른 생소한 장면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으나 스카우트 복장에 통일된 배낭을 멘 일단의 젊은이들은 한눈에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분명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준비가 잘됐느니 못됐느니 말도 많았는데 새만금잼버리가 본격 시작됨을 전북이 아닌 서울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아련한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필자가 김제 한 시골의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70년대 중반, 선생님이 몇몇 학생들에게 편지 한통씩을 써주셨다. 보이스카우트를 조직하려는데 참가를 권유하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 특히 농촌지역 학교에서는 한달 200원의 육성회비를 내지못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고, 이를 담임 월급에서 공제하는 학교도 있었다. 변변한 옷한벌 제대로 입는 학생이라고 해봐야 한반에 몇명에 불과한 게 당시 농촌 학교의 풍경이었다. 목에 항건을 매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보이스카우트 대원은 친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필자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만뒀지만 초등 3년간 보이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했다. 소위 야영대회라고 해서 처음 가본 곳이 바로 부안 변산해수욕장 주변 소나무숲이었다. 묘하게도 거의 반세기만에 그 주변에서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린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지난해말,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 시도지사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새만금잼버리용 특별교부세 60억 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한 푼도 깎지 말고 60억 원을 다 도와줘라”하고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잼버리 기간중 윤 대통령의 새만금 방문 여부도 관심사인데 김관영 지사는 며칠간 현지 야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보면서 가장 만감이 교차하는 이는 송하진 전 지사일 것이다. 대회 유치 전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12일간의 대회가 끝나면 스카우트나 잼버리는 점차 잊혀질 것이고, 도민들은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라야 한다. 전라도 정도 1000년 역사에 가장 많은 158개국의 외국인이 전북에 모여 축제를 치르는 만큼 이젠 지역사회도 국제화 마인드로 무장돼야 한다. 한마디로 잼버리 이전의 전북과 잼버리 이후의 전북은 확실히 달라야 한다.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이는 다름에 대한 포용의 정신이 핵심이다. 인종과 종교, 국적이나 가치관이 다른 것에 대해 편협한 텃세를 벗어내고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유태인 디아스포라를 유발한 알함브라칙령은 결국 스페인의 몰락을 재촉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전북만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나 이젠 전북을 찾는 개인이나 기업 누구나 환영받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전북은 이런 분위기가 돼도 올까말까한게 현실이다. 다문화사회가 된지 이미 오래이고 이젠 그동안 금기시하던 이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외국인 주민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절대적 외국인 수도 크게 부족한게 현실이다.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이 대한민국 발전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금만경을 중심으로 한 이번 잼버리를 계기로 전북이 한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 성패는 지역민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8.01 15:02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출현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메시나 음바페 같은 초대형 선수 한명의 연봉은 1천억원을 훌쩍 넘나들기에 국내 프로축구단 선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다.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무궁무진한 부를 창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과 이병철의 삼성그룹 이었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 가졌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못한게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과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넘어서지 못한 것, 자녀를 서울대에 넣지 못한 것 이라고 한다. 덤핑을 무기로 한 저가공세로도, 빼어난 일타강사를 동원해봐도 세상사 안되는게 있나 보다. 그런데 이건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일뿐 진짜 핵심은 적어도 이병철 생전에는 정주영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항상 이병철 회장 보다 적어도 반걸음은 앞서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면서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보면 10위 이내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삼성SDI 등 4개가 딱 버티고 있다. 현대쪽은 현대차와 기아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 시총이 대략 420조 남짓되는데 현대차가 42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만일 피안의 세계에서 이병철, 정주영 초대 회장이 조우할 경우 만감이 교차할 듯 싶다. 삼성전자 하나만 가지고도 현대그룹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대통령 배출에 실패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아우신세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듯 하다. 경천동지할만큼의 사단이 있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전북 출신 대통령 배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아쉽게도 전북 기업은 30대 그룹에 랭크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김홍국으로 대표되는 하림그룹이 자산총액 16조원으로 재계서열 26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팬오션을 인수한뒤 제2의 카길을 지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제 100개 가까운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종사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유통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하림은 30대 그룹으로선 매우 드물게 서울이 아닌 지방(익산)에 본사를 두고있고 얼마전 익산형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에 앞서 오래전 일이지만 명성그룹 김철호가 있었고, 한국합판, 세대제지, 호남잠사로 유명한 세풍그룹 고판남도 있었으나 이들은 결국 재벌의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김홍국 회장은 신화를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제2의 카길을 표방하고 있으나 아직은 멋쩍고 그룹이 이런저런 문제로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림그룹이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길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김홍국 회장이 대도무문의 자세로 거인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20일 새만금수변도시 매립공사 준공식이 현지에서 열렸다. 때마침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새만금산단에 몰려들고 있는데 수변도시의 앞날이 기대된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수변도시가 제2, 제3의 분당이나 판교가 되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속속 출현 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0 16:29

새만금에 매머드급 국제행사 유치하자

2005년 봄, 강현욱 지사때의 일이다. 도의원 5명, 생활체육인 20명과 캐나다 록키산맥 자락에 있는 캘거리와 벤프 등지를 동행취재 차 시찰하는 기회가 있었다. 전북이 야심차게 밀어부쳤던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연속 실패한 직후였다. 캘거리 일대를 둘러본 도의원들은 “록키산맥은 비행기로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록키산맥이니 동계올림픽은 이런곳(캘거리)에서 하는게 맞겠다”고 했다. 무주 유치에 3연속 실패한 것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안돼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 참가자들은 “무주 유치엔 실패했지만 동계올림픽 불모지였던 전북에 각종 체육시설이나 도로 등이 확충되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느냐”고 입을 모았다. 1995년 민선자치시대 출범 직후 전북(무주)과 강원(평창)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시범 대회의 성격으로 전북은 1997년 제18회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강원은 1999년 제4회 동계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게 된다. 2000년 초, 전북은 2010년 동계올림픽 선정 과정에서 강원에 패했다. 이후 수년이 지나 2014년 동계올림픽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자 무주는 “지난 번 선정 당시 2014년의 대회 후보지로 무주가 우선한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가 강원도청까지 걸어가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발했으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이광재가 버티고 있는 강원을, 전북의 정세균, 정동영이 당해내기엔 버거웠다. 무주는 전혀 별개로 태권도공원 이라도 받는 것으로 흐지부지됐다. 끝내 평창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게 된다. 전북도와 강원도, 대한올림픽위원회는 2014년 동계 올림픽 후보지 선정 과정까지 무주가 국제 시설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는 무주가 평창에 양보하고, 그 대신 2014년 단독 유치 신청은 우선권을 갖는다는 합의문까지 작성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국제스키연맹(FIS)이 무주 실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을 구실로 삼았다. 그런데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백서 중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2000년 10월 19일, 강원도는 전북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깜짝 놀랐다. 당시 양쪽 도의 행정부지사로 있던 이성열 전북부지사와 김태겸 강원도 부지사 간 통화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 둘은 서울대 상대 동기에 행안부에서 같이 근무해 친한 사이였는데 이 부지사가 불쑥 내뱉은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 다음날 국무조정실 주재로 국제행사 심의위가 열리는데 거기서 동계올림픽 신청 국내 후보지로 무주를 결정한다는 거였다. 이 소식은 당시 김진선 강 원도지사에게 직보돼 강원도는 인적 네트워크를 풀가동, 회의에 참석할 심의위원들을 설득하게 된다. 만일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무주는 평창보다 앞서서 올림픽 후보지로 국제무대에 나갈 수도 있었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허와 실이다. 요즘 전북에서는 아태마스터즈 대회가 열리고 있고, 8월초엔 잼버리대회가 열린다. 며칠 전 아태마스터즈 개회식때 대통령은 커녕, 총리, 장관도 아닌 차관이 정부 최고 당국자로 참석한 것은 이 대회의 격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올 여름 잼버리를 치르고 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전북에 큰 행사가 없다. 새만금 활성화를 위해 잼버리를 유치했듯, 이젠 더 비중있는 매머드급 국제대회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해야만 한다. 그래야 지역발전이 앞당겨지고 새만금 일대의 인프라 확충에 큰 전기가 마련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디즈니랜드, 카지노 복합단지, 마사회 유치를 하는 것과 초대형 국제행사가 병행되는 것은 속도감이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북도가 이차전지 유치에 자신감을 갖는 것도 결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굵직한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기 때문 아닌가.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5.16 15:49

전주을 선거 이후 복당논쟁 재현되나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들이 나온 사람을 좀 고급스럽게 상춘객(賞春客)이라고 한다. 상춘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정극인과 정읍 태인을 첫손에 꼽는다고 하는데, 며칠 전 전북 정읍시 향토문화유산인 ‘불우헌 정극인의 묘’가 전라북도기념물(제160호)로 지정, 승격됐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불우헌 정극인 묘는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은석마을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는 1630년 무성서원에 배향됐다. 정극인(1401~1481)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우리나라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저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향약인 ‘태인 고현동 향약’의 창시자다. 봄맞이 상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절기로는 분명 봄이지만,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1980년 서울의 봄이 한창 무르익던 때의 이야기다. 정치권에선 소위 3김이 금방 대권을 움켜쥐는 것으로 착각할 때다.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는 자신이 YH 사건에 이은 10·26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며 한발 앞서갔고, 가택연금에서 막 풀려난 김대중(DJ) 역시 재야를 기반으로 세를 키워나가면서 그 유명한 정읍동학제 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종필(JP)민주공화당 총재는 정권연장을 도모하던때 장외에서는 12·12 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 중심 신군부가 준동을 시작했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던 1980년 2월 25일. 서울 계동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 추도 행사에는 3김(金)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에 있던 글라이스틴 당시 주미대사는 3김을 ‘스리 라이언(three lions)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김영삼, 김대중 등 소위 양 김씨가 봄을 이야기할 때 JP가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지금 봄이 왔다고들 하는데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듭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적중한다는 것을 훗날 역사는 증명한다. 이날 만찬 중 JP는 붓으로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고 썼다. 법가의 대가인 한비자가 무려 2200년 전에 설파했던 말이다. 도리가 아닌 것은 이치를 당하지 못하고, 이치는 법을 당하지 못하고, 법은 권세를 당하지 못하고, 권세는 하늘(=사람)을 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떤 권력도 도도히 흐르는 저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은 권력자의 착각이자, 오만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JP가 썼던 비리법권천을 비웃는듯 하다. 여당은 권력이 모든 걸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거리낌 없이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도와 상식의 길을 걷는다면 얼마든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야당도 비리법권천 이란 한비자의 가르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가고 있다. 비단 중앙 정치권 뿐이랴. 식목일이자 청명인 4월 5일 치러지는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모든게 의표를 찌른다. 출마선언까지 했던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국적인 영웅이 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편안한 길을 택했고, 박지원 전 원장은 중앙당의 무공천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가 출마하는가 하면 범민주계의 이합집산 속에 이념색이 강한 진보당 후보가 깜짝 선전을 하는 이변도 일고있다. 한병도, 안호영 의원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복당불가를 천명하고 있으나, 지난 2009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정동영, 신건 의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당하게 복당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요즘 전주을 선거를 지켜보면서 정말 속앓이 하는 이들은 최형재, 이덕춘, 이정헌 등 내년 총선 후보군과 차기 전주시장이나 지방의원 후보군인지도 모른다. 민주당계 후보 당선땐 복당 논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데 세상사, 특히 정당에서는 정도를 걷는게 손해인 경우가 너무나 잦으니 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3.28 16:26

특별자치도청사 새만금에 건립하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한 가지 크게 결단할 게 있다. 특별자치도가 되는 만큼 전북도 청사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서 지역발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는 거다. 새만금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신청사가 이전한다면 첫째 새만금 개발 촉진, 둘째 장래 확장성, 셋째 대통합의 상징 등 3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개발과 도청 이전 신도시 개발을 결합하면,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함께 투입됨에 따라 속도감 있게 새만금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광역교통망은 도청 신도시로의 접근성을 향상시켜주고 장래 도시발전의 파급효과가 인접지역으로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총 409km² 규모 중 291km²의 대규모 개발가용 면적을 기반으로 미래 전북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전북의 행정 및 사회 경제활동은 전주 의존 경향이 매우 높아 이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구심점이 형성될 시점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전주보다도 공항, 철도, 항만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이는 엉뚱한 주장이 아니다. 특히 폐쇄적인 지형적 조건을 극복하면서 전북이 명실공히 서해안 시대의 개방적,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시대를 맞아 새만금으로의 도청 신청사 이전은 내륙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토대로 서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전북민의 의지를 천명할뿐 아니라 군산, 김제, 부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전북민을 통합하는 대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새만금내 스마트수변도시 면적은 200만평인데 이는 여의도 2배가 훨씬 넘을만큼 크고, 공공클러스터 용지도 3만3천평 가량되는데 이를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가 내년에 완공되면 전주에서 30분 남짓이면 주파할 수 있다. 경북도청은 당연히 대구에 있어야 하는줄 알았는데 안동에 있고, 전남도청은 광주가 아니면 안되는 줄 알았는데 무안으로 이전했으며, 충남도청은 대전이어야만 합당한 줄 알았는데 홍성 내포신도시에 있다. 필자는 지난 2017년 가을(9월 17일자) 칼럼을 통해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이전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허무맹랑하다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긍정적 시각으로 보면서 격려해주는 독자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송하진 당시 지사는 새만금 광역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곳에 제2청사 설치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데,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인해 상황이 바뀐만큼 이젠 새만금에 본청사를 두고 전주에 있는 기존 청사를 민원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해서 제2청사로 운용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현재의 전북도청 청사를 아예 없애는게 아니라 일정 기능을 수행토록 하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수도권에 있는 굴지의 기업이나 공공기관 이전을 기대하는 마당에 전주에 있는게 새만금으로 못갈 이유가 있는가. 핵심은 김관영 지사의 결단이다.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재선 과정에서 전주권 표심을 일부 잃을 수 있고 무진장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의 저항을 부를 수 있으나 큰틀에서 보면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고 성공한 도지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해안 시대에 걸맞게 도정 역량을 집중하고 특히 새만금이 향후 중국 푸동지구나 인천 송도처럼 융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바로 결단할 시점이다. 한편에선 도청사가 너무 서측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지역의 도청 이전을 보면 발전 여지를 염두에 두고 신도시를 조성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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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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