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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당숙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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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마음이 부린 늑장이었겠지요. 여섯 시에 맞춰둔 알람을 다섯 시부터 지켰건만, 늦었습니다. 선산 아래까지 예초기 소리 웅웅거렸습니다. 27일 토요일에 벌초허세, 보름 전쯤 전화를 주셨지요. 천천히 와 밥이나 같이 먹게, 말씀하신 대로 반 너머 깎은 뒤에나 나타난 종질을 반기셨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시는 당숙 어른, 사대조 긍게 자네헌티는 오대존디 풍양 조씨 할머니와 금술이 조으셨던게비여 아들만 육 형제를 두셨다네, 손 없는 큰집 작은집 양자를 주셨대여, 은근히 힘 들어가는 당숙 어른의 말씀이 귀에 콕콕 들어앉았습니다. 

 

꼭두새벽부터 예초기를 메고 계셨던 거지요. 갈퀴 들고 어정거린 반나절 그래도 저는 힘에 부쳤습니다. 나란히 엎드려 절을 했습니다. 뿔뿔이 사는 일가붙이들도 각자 자리에 억새처럼 아까시처럼 뿌리를 내렸겠지요. 터미널 옆 고향식당에서 오리주물럭을 먹었습니다. 당신 혼자 벌초 거반 다 하시고, 맛난 점심도 사 주시고 면목 없었습니다. 신묘년생 당숙 어른, 내년에 또 뵐게요.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도 틀렸습니다. 당숙 어른의 등은 꼿꼿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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