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판화전 열려
손으로 쓱쓱 칠한 화면이 정겹다. 질서정연한 터치와 겹치고 더해진 색이 빚어낸 화면은 평범한 풍경이 아닌 자연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듯하다. 정밀하진 않지만, 생기 넘치는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밝은 에너지가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다.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청년작가 김하윤 판화전 ‘모험담(冒險談)’을 열고 있다. 채색화를 기반으로 작업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판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확장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성 목판화(水性木版画)가 있다. 수성 안료를 직접 조색해 판 위에 올리고, 습을 머금은 한지 위에 손으로 압력을 가해 찍어내는 전통적 인쇄 방식으로 번짐과 어긋남, 나무결의 흔적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인쇄 과정에서 농도와 수분, 안료의 자리 이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판에서도 서로 다른 표정이 나타나는 단일성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이러한 우연성을 회화의 서정성과 결합해 새로운 조형 실험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도화지 대신 목판화에 물감을 칠하며 만든 형태와 질감의 모습은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화면에 담겨진 메시지는 추상적이지만, 구상과 추상의 미묘한 경계에서 촉발하는 카타르시스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모험담은 ‘험함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뜻한다”며 “나에게 모험은 특별한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흔들림·두려움· 기대와 같은 감정들을 끌어안고 한 걸음을 내딛는 태도에 가깝다”고 밝혔다.
2018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한국화전공으로 졸업한 김하윤 작가는 2017년 첫 개인전 이후 <울퉁불퉁 간다> <징검_가지>를 포함해 여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외 단체전 60회를 참여하며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전시는 21일까지.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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