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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막 장 아니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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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막 장입니다. 아니 막장인가요? 마지막 달력을 넘긴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북미 인디언들처럼 “아직은 남아있는 달”이라고 내가 나를 속여 넘길 수도 없겠습니다. 허전한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늦은 점심상을 물리고 창가에 나앉습니다. 창밖 모과나무 꼭대기에 모과 두엇 달렸네요. 꼭 익다만 모과 빛만큼만 미지근한 햇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길을 나섭니다. 이십여 분 가까운 곳에 빈 들녘입니다. 연두에서 초록으로, 초록에서 노랑으로 출렁였을 들판이 텅 비어있습니다. 텅 빈 들판에 빈 하늘만 가득합니다. 그런데 빈 하늘만 가득한 게 아니겠지요. 그럼요, 농부의 마음도 곡간도 그득그득 충만할 것입니다. 그 충만함으로 내년 다시 저 들녘은 넘칠 테고요.

12월은 막 달이 아닙니다. 12월 다음은 13월, 14월, 15월입니다. 다만 우리가 1월, 2월, 3월로 부를 뿐이지요. 언제 구해 두었을까요? 마음 벽에 단단히 못을 박고 2026년 달력을 겁니다. 첫 장, 보세요 분명 2025년 12월입니다. 깜깜하고 막막해 더 갈 수 없는 막장 아니라 맨 앞입니다. 12월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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