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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훔쳐보기’사회

최근 인기가수 백지영(24)의 인터넷 영상물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런닝타임 38분짜리의 이 섹스동영상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지 불과 며칠만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풀 버전을 구했느냐?”가 인사말이 될 정도였다. 특히 한 대학생에 의해 잠금장치(lock)가 풀리면서 수십만명이 다운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 이 문제의 유료 사이트를 개설한 미국 시카고의 한 회사는 비디오 파일을 전송해 주는데 신용카드로 19.99달러(2만4천원)를 입금토록 했다. 또 이 파일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린 10대는 불과 1주일 만에 20여만명의 네티즌들에게 1건당 2만원씩을 받아 40억원을 챙기고 결국 구속되었다.
이번 파문은 지난해 2월 뜨거웠던 탤런트 오현경(30)의 이른바 ‘O양 비디오’사건을 연상시킨다. 둘 다 디지털 혁명시대의 역기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흉기가 된 인터넷, 우리 사회의 왜곡된 훔쳐보기 욕망 등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인터넷이 개인의 사생활을 송두리째 노출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등골이 오싹할 일이다.
인터넷 동영상의 확산속도는 초고속 통신망의 확충에 따라 핵분열만큼 빨라졌다. 음란물의 유통 등 악용소지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또한 자신의 사생활은 소중히 여기면서 유난히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엿보고 쾌감을 느끼는 집단 관음증(觀淫症)도 위험수위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O양 비디오’사건 때와 달리 백양 파문은 또 다른 일면을 보여 준다. 설문조사 결과 60% 이상의 네티즌들이 사생활 침해에 분노하면서 연예활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 그것이다. 디지털 문화및 윤리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단체 등에서는 이번 파문을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폭력”으로 규정한다. 또 한쪽에서는 ‘백지영 살리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동정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디지털 문화의 비윤리성을 네티즌의 힘으로 극복·적응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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