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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 줄서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줄 잘못 서면 망한다”는 말이 통용되어왔다. 합리적 기준보다는 지연이나 학연 등 인연의 끈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반복되면서 생긴 통념이 아닌가 한다. 특히 지난 오랜 세월동안 극심했던 좌우이념대립과 지금도 극복하지 못한 보스-가진 중심의 정치풍토가 이러한 비합리적 문화를 강화시켜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운수타령’은 일상적인 삶의 터전에서도 흔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옆 차선의 차들은 잘 빠지는데 자기 차선으 그렇지 못하면 얼마나 짜증이 나던가? 출입번호가 없는 은행 창구 같은 곳에서 자기보다 늦게 온 사람이 더 빨리 일을 처리하고 나가면 또 얼마나 약이 오르던가? 두 줄로 늘어선 현금인출기 앞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가? 다하 못해 붐비는 화장실에서도 어느 줄이 빨리 줄어들지를 살펴야 하니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이러한 짜증은 분명 우리의 ‘빨리빨리’풍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조금만 지체해도 빵빵거리거나 소리를 지리는 그 성마름, 한 줄로 서지 못하고 여러 줄로 나누어 서는 것도 이런 조급성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 줄로 서면 줄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긴 줄 뒤에 서기가 영 내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줄서기를 강조하는 것은 ‘먼저 온 사람 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우리의 줄서기 관행은 이런 ‘원칙’의 실현을 상당 부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줄을 잘 서면 늦게 오고도 먼저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바꿨으면 좋겠다. 괜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그렇고 줄서기에 따라 ‘운명’이 뒤바뀌는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늦어지더라도 합리적으로만 처리된다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한 줄서기’문화가 정착되어 ‘줄 잘못 서면 망한다’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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