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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줄기세포와 여성

<365일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지역민영방송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난치병 환자 돕기 프로그램이다. 환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ARS 성금을 모아서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수년 동안 희귀난치병 환자를 돕고 있는 익산 만남의 교회 이해석 목사는 난치병을 일컬어 “돈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표현한다. 집안에 난치병 환자가 생기면 “있는 돈 다 까먹고 결국 목숨까지도 잃게 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촬영했던 한 아이는 뇌종양 발생 1년도 못되어 목숨을 잃었는데, 마지막에 희망을 걸었던 것이 ‘줄기세포’ 유전자 이식이었다. 1주기 치료에 3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들지만 완치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일본의 한 의사를 소개받아 비행기를 타고 일본까지 날아갔지만 이식 후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프로그램 제작진은 무척 기뻐했다. 그토록 힘들어하는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많은 환자들이 건강한 세포와 장기를 이식 받지 못해서 생목숨을 잃고 있는데,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본인의 유전자와 똑같은 건강한 장기를 복제해서 이식한다면, 대부분의 난치병이 완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획기적인 치료를 가능케 하는 줄기세포의 근원이 난자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좀 께름칙해졌다. 황우석 교수는 총 185개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환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난자에 삽입, 체세포의 핵이 다시 분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전기 자극을 주어서, 185개의 난자 중 간신히 31개의 배반포기 배양에 성공했다. 그 중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얻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줄기세포 배양에 필수적인 난자는 어떻게 추출해낼까? 황교수는 국내 의사와 간호사들이 일부 난자를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하지만 앞으로 난자기증 문제는 중대한 문제로 떠오를 것 같다. <사이언스> 지가 황교수의 연구 결과를 전하면서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기증의 윤리 문제'를 다룬 글을 함께 실은 것도 그런 맥락인 것으로 생각된다.

 

「믹스언매치」 연작을 통해 인간복제와 물질문명의 모순을 고발해온 소설가 원종국 씨는 이번 황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해 ‘신체적 봉건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여성들이 난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배란 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이 과배란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난소 비대, 복수(腹水), 난소 과자극 증후군, 골반농양, 조기 폐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돈에 의해 난자의 가격과 가치가 좌우되는 현상이 도래할 수 있으며, 난자 제공자와 대리모 역할을 하게 될 여성들의 인권과 건강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명을 살리자는 의도는 좋지만 또 다른 생명을 곤경에 처하게 하면서 생명을 살린다면 그만큼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줄기세포 연구가 언제 실용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친 우려도 섣부른 낙관도 금물이겠지만, 줄기세포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김선경(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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