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 최초의 옷은 기후에 적응해 몸을 보호하거나 알몸의 부끄러움을 가리는 용도로 쓰였을 것이다. 그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위의 높고 낮음을 나타내는 계급적 개념, 외모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미적 개념, 소속된 조직이나 문화를 통일시키기 위한 정신적 개념등 다른 기능이 가미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개념은 다워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현대 민주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군대나 경찰등 제복을 필요로 하는 특수집단이 아니더라도 대형 음식점·마트 등의 종업원들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유니폼을 입는다. 일반 손님들과의 구별을 위함이다.
유니폼과는 약간 성격을 달리하지만 우리나라의 공무원이나 회사원들은 양복 정장을 거의 획일적으로 입는다. 양복의 본고장인 구미에서도 본인의 의사에 따라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평상복을 입는등 복장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것이 외국을 많이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이고 보면 이채로운 대목이다.
우리나라 회사원들의 경우 작업복 차림의 현장 근로자들에 비해 ‘화이트 칼라’라는 우월성의 표시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들의 경우는 왜 이처럼 양복 정장차림일까. 용모단정한 차림으로 민원인을 대하려는 대민봉사 차원으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공직사회의 권위와 관료주의의 오랜 전통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관리들은 백성들과 구별되게 온몸을 감싸는듯한 관복을 입었다. 그것은 지위와 권세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선조 후기 고종은 1900년 칙령을 통해 문관들에게 의례복으로 일본식 양복을 입으라고 명했다. 양복 정장 권력화의 시초인 셈이다.
행정자치부가 하절기 공무원 복장 자율화 지침을 마련했다. 엊그제 1일부터 8월말까지 T셔츠나 니트상의에 면바지도 착용할 수 있게 했다. 무더운 날씨에 넥타이까지 맨 정장차림은 답답한 느낌을 줄 뿐아니라 근무능률도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근무복인 한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고 본다. 눈살이찌푸려질 정도의 파격적인 복장은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해칠 우려가 있다. 시원스러우면서 품격있는 옷차림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공무원상(像)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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