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공평한 것이 어디 한두가지겠는가마는 땅값처럼 천양지차가 나는 것도 드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충무로 1가의 스타벅스 부지로 공시지가가 무려 1억3천8백만원에 달한다. 반면 가장 싼 곳은 경남 밀양군 단양면 구천리 산64의 1번지로 평당 2백31원에 그치고 있다. 두 지역 땅값이 무려 60만배 차이가 난다.
이처럼 똑같은 한평의 땅값이 천지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땅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인접한 땅이라 하더라도 상업용지가 공원부지보다 턱없이 비싼 것은 바로 땅의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인 것이다. 한데 땅의 용도를 정하는 것은 행정당국의 몫이다. 다시말해 행정당국의 의지에 따라 땅값이 얼마든지 변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 투기가 정부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는 것도 다 이같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과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 각지의 개발 대상 지역 땅값이 요동을 치고 있다. 행정도시 건설, 공기업 지방이전,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개발 프로젝트들이 투기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도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예정지 땅값이 큰폭으로 뛰었다. 투기꾼들이 이미 한탕 해먹고 떠났기 때문에 이제 들어가면 영락없이 상투를 잡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순수 농지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농지를 사보았자 이득을 남기기는 커녕 애만 먹을 것이 훤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지침에도 농업진흥지역내 농지는 피하라고 권고할 정도니 농촌의 실정이 어떠할지는 되물을 필요조차 없다. 생산성이 높은 농토는 사면 안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둔한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는 10월부터는 도시민도 농지 소유 상한선이 크게 늘게 됐다며 정부가 생색을 내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5년 이상 임대만 하면 얼마든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십년 전에 뜯어고쳤어야 할 농지법을 이제사 조금 손질해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 조건 없이도 농지에 투자하라면 지금 제정신이냐고 핀잔을 들을 판에 투기를 염려해서 또 조건을 붙이다니 명분치고는 너무 옹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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