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은 ㄱ, ㄴ으로 시작하는 우리말 자음 글자 중에서 제일 끝에 있다. 대단히 주관적인 표현인 줄 알지만, 글자나 소리의 구분을 넘어서 이 ‘ㅎ’이 싫다. 이제 이렇게 단정을 했으니 그 이유를 설명해야 그나마 생뚱맞은 분위기가 누그러지지 않을까 한다.
소리와 글자의 관계는 항상 하나씩 관계를 맺는 것은 꼭 아니다. 영어 알파벳 A의 경우는 10가지가 넘는 소리와 대응을 하니 말이다. 그 덕분에 ‘마데 인 코리아’라는 발음이 우스갯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영어 단어 made를 글자가 갖는 일차적인 발음대로 읽었으니 사실은 그 개그맨을 탓할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글자와 소리는 일대일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그런 관점에서는 당연히 ‘마데’로 읽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글자와 발음의 관계로 따져도 ‘ㅎ’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영어 알파벳에 비하면 그 죄질이 훨씬 가볍기는 하지만 그래도 ‘ㅎ’은 소리나는 위치가 사실 불분명하다. 흔히들 목구멍에서 난다고 하지만 다른 자음들이 소리나는 위치인 입술, 잇몸, 입천장 등에 비하면 딱 부러지지 않는 위치인 것이다.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그 위치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이 ‘ㅎ’이 다른 친구 자음을 만나면 줏대 없이 이리 저리로 거처를 옮기거나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버리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이는 점은 더 심하게 비난 받아야 한다. 사정인 즉 이렇다. 다른 자음 ‘ㄷ’을 만난 ‘ㅎ’은 제 본분을 망각하고 ‘ㄷ’과 부화뇌동하여 ‘ㅌ’으로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라는 글자 무더기는 발음에서 ‘조타’로 읽히게 되는 것이다.
‘ㅎ’의 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좋네’라는 표현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ㅎ’은 여기서도 변신의 귀재답게 뒤에 오는 자음 ‘ㄴ’과 타협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아예 ‘ㄴ’에 동조하여 ‘ㄴ’으로 변신을 꾀한다. 결국 ‘ㅎ’이 ‘ㄴ’으로 바뀐 ‘존네’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변신을 사람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알아도 이야기해 줄 수 없으니 양해를 부탁한다.
하여 ‘ㅎ’은 유죄다. 그런데 이런 ‘ㅎ’이 사람들 입에서 고생이 심하다. 영어의 영향인지 ‘F’처럼 마찰을 강하게 하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이 있어서 오히려 이들 인간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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