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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담배 '사재기'

조선의 개혁군주였던 정조는 남다른 애연가였다. 그의 말을 기록한 일득록(日得錄)에는 “담배가 사람에게 유익한 점은 더위를 씻어주고 추위를 막아주며, 식사 뒤에는 음식을 소화시키고, 변을 볼 때는 악취를 쫒고, 잠이 오지 않을 때 피우면 잠이 오게 한다”고 흡연을 예찬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였던 프로이트 역시 애연가였다. 아니 니코틴 중독자에 가까웠다. 프로이트는 24살때부터 담배를 입에 물고 살았다. ‘시가’를 즐겼는데 하루 평균 20개 이상을 피웠다. 그러면서도 84살까지 살았다. 그의 제자들은 “담배가 없었다면 정신분석학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과 독립선언문을 쓴 제퍼슨은 대형 담배농장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은 영국을 상대로 담배전쟁을 일으켜 독립을 쟁취했다.

 

그러나 이같은 담배예찬론을 늘어 놓으면 ‘야만인’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금연운동가들은 담배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애연가들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더우기 담배 한 개비에는 20여종의 발암물질과 4000여 종의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심장병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의 위험요인이며, 남자들의 생식력도 떨어뜨려 그것이 잘 서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연단체에서는 국회에 ‘담배 판매및 제조금지법’ 제정을 청원해 놓았다. 현재 국회의원 과반이 넘는 167명이 법안에 서명한 상태다.

 

그럼에도 국내 흡연인구는 약 1050만명에 이른다. 20세 이상 성인 남성의 65%(미국은 27.6%), 성인 여성의 5%가 담배를 피운다. 고교 3년생의 흡연율은 38%로 일본의 8%보다 크게 높다. 갈수록 흡연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담뱃값을 올려 흡연인구를 줄이려 하고 있다. 지난해말 500원을 올린데 이어 올해안에 또 500원을 올릴 예정이다. 그래서 연말을 앞두고 소매상들이 ‘사재기’에 나섰다고 한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다. 우리나라 흡연자들의 담배값 지출은 매달 5만원 가량인데 월평균 95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8만원을 쓰고 있다. 담배값이 오르면 아예 안피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담배 연기에나마 시름을 날려 보내던 저소득층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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