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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밥상앞에서

밥상 앞에서

 

한 경 선

 

‘이 음식이 우리를 위해 희생한 것 같이 우리도 남을 위해 희생하게 하소서.’라고 하는 식사기도를 들으며 음식을 가볍고 쉽게 대했던 마음을 되돌아 본 적이 있다. 세상에 있는 동식물들의 생명을 흡수해서 우리 생명을 이어간다. 음식을 통해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정성을 담기도 한다. 한 끼 식사를 간소하게 해결하는 부족도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현대인들은 먹는 것을 유난히 즐긴다. 여행지 소개를 할 때 그 주변의 음식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음식 기행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애교로 봐 준다 해도 텔레비전에서까지 시도 때도 없이 먹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침이나 저녁, 주말에는 주말대로 리포터나 연예인이 나와서 음식을 소개한다. 너무 잦은 음식 이야기가 식상한데다가 먹는 것에 집착하도록 부추기는 듯해서 민망할 때가 많다.

 

이렇게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음식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요즘 널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주인공은 단연 중국에서 건너온 먹거리이다. 납꽃게가 식탁에 오르더니 명절이 되면 제수용품 고르는 것도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무분별한 농약 사용이나 믿을 수 없는 첨가물을 넣어 가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중국산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중국산 김치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김치보다 질이 낮은 상품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고 한다. 일본 사람들은 김치 공장 위생 상태와 재료를 꼼꼼히 살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찌 됐든 원가를 낮춰서 만들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유해한 먹거리 유입을 남의 탓이라고만 할 수 없게 되었다.

 

국산품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가짜’가 앞에 붙은 참기름이니 고춧가루는 고전에 속한다. 농약 함유량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즐겨먹는 과자에 해로운 첨가물이 범벅되어 있다고 해서 쓴 입맛을 다셨다. 최근에는 축산물 항생제 과다 함유 문제가 불거지더니 또 양식 물고기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라는 발암 물질이 검출 되었다고 야단이다. 그것뿐이랴. 물위로 떠오르지 않은 숱한 문제점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오래전부터 먹거리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다 따지다가는 백이숙제처럼 산속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든지 굶어야 상책이기에 모르는 척 넘어가기도 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왕이면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싶어 한다. 국제적으로는 조류 독감, 광우병 때문에 육류 먹는 것도 개운치 않다. 게다가 두부 하나를 사더라도 유전자 변형 식품인지 살펴봐야 한다. 배고픔을 겪은 사람들은 배부른 소리라 할지 몰라도 골라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눈앞의 이익만 쫓느라 눈이 먼 사람들 때문에 모두들 번지르르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사람답게 먹고 살 권리를 찾고 싶다. 정직한 먹거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고 싶다. 제발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좀 치지마라.

 

/한경선(글짓기 논술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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