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읽을거리가 부족한 시대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좋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책 읽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억지로 책 읽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학교 갔다 와서 학원 여기저기 돌다오면 피곤하고 시간이 없다고들 엄살을 한다. 그 말도 맞다.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요즘은 학교에서도 독서 지도에 많은 신경을 쓴다. 수학에 관련된 책이 수학 교과서뿐인 줄 알고 학교 다니던 시절이 아니다. 각 학년과 과목마다 연관된 도서를 선정해서 학생들에게 읽힌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 즐겁게 혹은 지식 탐구의 기쁨을 맛보며 읽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선정해 준 책 읽기는 독후감 숙제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책 읽는 것도 싫어하지만 독후감 쓰기는 더욱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독후감을 쓴 결과가 수행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고 숙제를 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더욱 질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학교마다 선정한 책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들도 많다. 사실 책 읽기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 초등학생 중에서도 중?고등학생이 읽을 법한 책까지 섭렵하는 아이가 간혹 있지만 고학년이라도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은 아이는 쉽고 재미있는 것을 먼저 선택해서 읽을 수 있다. 어른이 아이들 동화를 읽으며 충분히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건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스스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은 뒤에 꼭 독후감 쓰기만 하는 것보다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면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고, 엽서를 만들어 친구에게 자기가 읽은 책을 권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책을 읽고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것을 아이들이 의외로 좋아한다. 좋아하는 노래에 책 읽은 느낌을 써서 가사를 바꿔보는 것도 재미있어 한다. 아이들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학교에서 섬세하고 다양하게 독서 지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후감 숙제를 내는 것으로 책읽기를 일률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은 부작용이 더 많다.
읽으라는 책은 그렇게 싫어하면서 인터넷 게임에는 아이들이 스스로 빠져든다. 특히 남자 아이들은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머니가 상과 벌을 줄 때, 게임하는 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어느 방법보다 효과가 있고 아이들과 타협하기에 알맞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공부하면서 느끼지 못한 성취감을 맛보는지도 모른다. 못해도 학교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상현실에서나마 제대로 날개를 펴고 맘껏 나는 기쁨을 맛보며 빠져들 것이다. 책 속에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모른다. 배경 지식을 넣어주려는 욕심 때문에 책 읽기를 강요하는 것보다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서 아이들이 책하고 놀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경선(글짓기 논술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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