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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절대빈곤

얼추 그럴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 선진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우리나라의 실상이 이렇게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계층간 빈부격차가 심하고, 저변층의 '삶의 질'이 아직도 절대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니, 입만 열면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위정자들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따져 묻고 싶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한국 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15.8%가 재산보다 빚이 더 많고, 이 가운데 상당 수 가구는 가족 중 신용불량자가 있거나 식비도 대지 못할 정도로 빈곤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돈이 없어 몇 달씩 식비를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가구가 18%, 거의 매달 이같은 경험을 했다는 응답도 7.3%에 달했다니, 절대빈곤을 구시대 유물 정도로 등한시 했던 우리의 자만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또한 국민 경제력도 전반적으로 취약해서 순자산 3천만원 미만이 16.4%, 3천만원~6천만원 미만이 15.1%, 6천만원~1억원 미만이 12.4%를 기록했고, 1억원 이상 순자산(1억원~2억원 미만 17.3%, 2억원 이상 13.3%)을 갖고 있는 가구는 불과 30.6%에 그쳤다. 그러나 평균 순자산 규모는 1억1백84만원에 달해 부의 편중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 한 눈에 알 수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 상위층 3%의 재산이 나머지 97%의 재산과 맞먹는다니 더 이상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거론해서 뭣하겠는가마는.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하고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모두 구한다는 것은 나라의 힘으로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개인의 힘으로 되겠느냐는 말이다. 또 아무리 국가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해도 정작 자신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고,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분명 나라에 책임이 있다. 더구나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라면 정말 그 사회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절대빈곤 인구가 전체 인구의 9.8%에 이르는 상황에서 선진국 진입을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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