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서로 행복하게 잘 살라고 덕담을 해 준다. 가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하지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학식이 높거나 명예가 있거나 고매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뛰어나 보인다. 도덕 교과서에서 배웠던 ‘든 사람,’ ‘난 사람’, ‘된 사람’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잘 사는 것으로 보이는지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이웃이나 친구가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돈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돈이 많으면 사람 도리를 하며 살아야할 때 편리하다. 좋아하는 일을 부담 없이 하며 여유 있게 살 수 있다. 살아갈수록 돈의 위력을 크게 느끼며 돈이 없어서 좌절하는 사람도 늘어간다.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종종 한다. 부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이후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못한다. 돈이 주는 달콤한 것만 기억하고 상상한다. 아이들도 돈의 마력을 눈치 채고 있다. 그런데 돈이 삶의 목적이라 생각하며 자라는 것이 문제이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을 같이 찾아보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기 위해 정신 무장을 한다.
우리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따위의 광고가 거리낌 없이 나오는 가치관이 흐트러진 세상 속에 산다. 성인들이 머리 둘 곳 없이 살다 갔어도 그 인격이 보잘 것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힘들게 살기를 원하지 않고 그럴 용기도 없기 때문에 쉽고 편안한 삶을 택하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진다. 그리고 그 말처럼 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야 된다는 최면에 걸리기도 한다. 어쨌든 돈이 많은 것과 ‘잘 산다’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돈이 많아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숨 막히게 더운 날 엘리베이터 수리하던 젊은이를 보았다. 기름이 묻은 작업복을 입고 땀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민망하여 얼른 돌아섰지만 등 뒤에서 들리는 젊은이가 부르는 콧노래 때문에 마음이 놓이고 기분이 좋아졌다. 힘든 일을 기피한다지만 밝은 마음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그는 참 아름다웠다. 이른 새벽에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밖을 보면 채 걷히지 않은 어둠 속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손을 볼 수 있다. 폭우가 쏟아져도 눈이 쌓여도 쉬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웃에게 사람의 정을 나눠주며 사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도 있다. 물질보다 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사는 이들이 있다.
‘잘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아직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 해가 또 기우는 이 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도 잘 사는 것이라 확신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꿈꾼다. 사람만이 희망이기 때문에.
/한경선(글짓기 논술지도교사)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