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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메리 크리스마스

연일 내린 눈이 지면을 덮었다. 덕분에 땅 위의 모든 것들은 하얀 눈으로 덮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황우석 교수의 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황 교수와 같은 땅에 사는 우리도 이럴진대 이역만리 객지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처신은 어떠할 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걸 아시는가. 우리는 한 가지 일에 너무 쉽게 빠져든다는 사실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이유인즉 간단하다. 어쩌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일에 몰입해서 행동으로까지 표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붉은 색 셔츠로 채워진 광장도 아닌 도로의 모습은 우리가 보기에도 대단했다.

 

우리에게 그처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있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가치중립적이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므로 예단하지 않아야 옳다고 보지만 이번 황우석 교수의 일로 우리는 마음에 큰 멍물 하나가 생긴 것을 숨길 수 없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고 오늘은 그보다 더 좋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극장에 가면, 상영작보다 예고편이 더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가 아닌가 싶다. 오늘 같은 날 모든 상념을 버리고 크리스마스에 한 번 푹 빠져지내면 좋을 듯하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갈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듯이 우리에게 죄가 없을 수는 없다. 황우석 교수가 되었든 성직자가 되었든 절대자의 관점에서 보면 오십 보 백 보일 뿐이다. 그래서 예수는 말한다. 누구든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들어 정죄하라고.

 

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할 큰 덕목은 용서와 사랑이며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폭설로 피해를 입은 이웃이 있고 가정이 해체되어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있다. 약간의 진료비만 있어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자 그리고 그저 말 상대만 있어도 좋아하실 어르신들이 우리 곁에 있다. 지금 우리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한다. 땅 위에 평화, 하늘에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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