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人權)은 인간인 이상 누구나 빠짐없이 가지고 있고, 또 가져야 할 자연적 권리다. 즉 성별·장애·빈부 등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부여된 선천적 권리이자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고유권을 말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인권은 신체의 자유, 노동권 등 기본적 권리를 의미했다. 그러다 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소극적인 자유권, 평등권의 차원을 넘어 안전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권리, 사회참여의 기회보장 등 적극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예전에는 선진국 여부가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지표로 평가하였으나 오늘날은 인권보장 정도를 따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같은 시대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인권위 설치는 당초 김대중 대통령이 9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었다. 하지만 인권위가 설치되기 까지는 엄청난 진통이 따랐다. 정부와 여당, 야당, 시민단체간에 줄다리기가 3년을 끌었다. 이렇게 출범한 인권위는 지난 4년여 동안 사회적 차별을 막는 병풍역할을 했다. 장애인 등 소수자의 인권신장에 기여했고 특히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탄압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나 의견표명이 현실과 동떨어져 우리 사회에 논쟁의 불씨를 던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인권위가 지난 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만들어 정부에 보냈다. NAP는 국가인권정책의 로드맵으로 올 6월까지 유엔에 보고한뒤 2011년까지 시행해야 할 사항. 여기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대체복무제 도입, 사형제 폐지를 비롯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활동 범위확대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비정규직 남용방지, 쟁의행위 규제 최소화, 노조의 형사처벌과 민사책임 완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폐지·축소 등 재계와 관련된 사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같은 내용이 재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전경련 등 재계 5단체장들이 긴급 회동해 반박성명을 내는가 하면 보수언론은 이를 ‘아마추어리즘이 만들어낸 악법’이라고 폄하하고 있다. 재계는 “시급한 인권신장은 일자리 만들기”라고 맞서면서 인권위 해체까지 요구했다. 인권보장과 현실의 거리감을 메울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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