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먼 옛날처럼 여겨지겠지만 1998년 하면 잊을 수 없는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IMF 위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1월 2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하였다. 그리고 이후 1년 동안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도산한 기업이 평균 60여 개였으며 160만여명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고통을 겪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8%였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들 안간힘을 쏟았다. 그 중 민간 차원에서 했던 일이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도 외국영화는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이 때 상영되었던 영화가 ‘타이타닉’이다. 450만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였던 것이다.
금 모으기와 외화 관람, 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헌신적으로 금 모으기를 한 이유는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던 금이라도 모아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금 모으기 운동의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이 분명한 외국 영화에 당시로서는 대단한 관객이 몰린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과 타이타닉 관람을 두고 생각해 보면 둘 다 이해타산으로 진행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이해타산만으로 따지기에는 힘든 일들이 적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그냥 좋아서 하는 일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런 두 가지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그리 낯설거나 드문 일은 아니다.
화제를 영화에만 한정하자면 최근 개봉된 영화 ‘뮌헨’은 타이타닉과 정 반대 운명을 ‘선택’했다는 표현이 맞다. 이 영화를 만든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인디애나 존스’, ‘이티(ET)’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등으로 잘 알려진 명감독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 예견된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유태인이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유태인과 대등한 팔레스타인의 희생을 관찰했다는 점만으로도 흥행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외면했지만 평론가들은 이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3월 아카데미상에도 최우수 영화, 최우수 감독, 최우수 극본, 최우수 영화음악, 최우수 편집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대중성과 작품성은 양립하기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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