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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하오체방'

우리말에는 경어법이라는 독특한 체계가 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말투’를 바꿔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그리고 그런 말투는 나름대로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체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질서는 당연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큰 걸림돌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아버지, 밥 먹어라’식의 표현이 어법에 맞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우리 토박이들에게는 경어법의 질서를 어긴 표현이어서 거북하다.

 

근래에 유행어로 ‘너나 잘 하세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도 바로 경어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런 비문법적인 호응관계가 갖는 설득력은 직면한 상황을 이러한 일탈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말 경어법 중 한가지로, 높이는 표현이 있다. 여기에는 상대방을 높이거나 나를 낮추는 방법으로 존대를 하는 세부적인 표현기법이 있다. 이런 표현들은 주로 나이가 말하는 이보다 많을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잣대로 사용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비중이 아주 낮은 편이다.

 

경어법의 다른 한 가지로는 반말이 있다. 당연히 상대방이 더 젊을 때 사용하는 표현 방식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존대말을 사용하는 것이 격식적인 표현태도이다. 반말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친밀감이 강화되기도 하지만 감정이 격해질 때를 제일 먼저 반영하는 것도 바로 반말투 표현이다.

 

나이가 많은 피고소인에게 검사가 반말을 했다고 해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만일 우리말에 경어법이라는 질서거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면 피고소인이 검사의 말에서 굴욕감을 느끼지 않았을 터인데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다른 한 가지 좀더 현실적인 방안은 요즈음 방송을 통해서 유행하는 ‘하오체’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피시 통신의 초창기에 모욕적인 언사를 금하기 위해서 개설했다는 채팅방 ‘하오체방, 대감방’ 등이 그 뿌리라고 한다. 그런 취지를 살린다면 인격적인 모욕 가능성이 있는 공간을 ‘하오체방, 대감방’ 등으로 이름을 붙여 분위기를 좀더 순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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