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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공천장사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결국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한나라당 5선 중진인 김덕룡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범의원이 불법적인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당(自黨) 지도부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는 억울하다고 분기탱천해 있으니 어디 한번 지켜볼 일이다.

 

오고 간 액수도 서민들이 들으면 입이 딱 벌어질 거금이다. 김의원이 4억4천만원, 박의원이 미화 21만달러(약 2억원)를 받았다니 상식을 갖고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 정말 열받을만 하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곪아서 터진 것이 이 정도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은근 슬쩍 거래된 돈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공천 비리가 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대다수의 기초단체장과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가 그토록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했건만 무슨 꿍꿍이 속이 있었는지 중앙정치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단체장 공천제 폐지는 언감생심이고 한술 더 떠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 도입을 감행하는 뚝심을 보여줬던 것이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하겠다는 속셈은 무엇인가. 삼척동자가 들어도 중앙정치권에 줄을 서라는 우회적 명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줄은 아무나 설 수 있는 것인가. 너도 나도 영향력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에 줄을 대려고 쌍코피가 터지는데 가진 것 없이 줄서로 간다고 누가 선선히 받아주겠는가. 게다가 이번부터는 기초의원까지 보수를 두둑히 챙겨주겠다는데 공천권을 쥔 유력 정치인 집 앞이 어찌 조용할 리 있겠는가.

 

지방자치는 자기 지역의 살림살이를 자기들의 의사와 책임하에 자주적으로 꾸려나가도록 하자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대나 다름없는 제도이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제도'가 돼야 하는 명백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정치권은 지방선거 간섭이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국가적 대사에서부터 민생현안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 지방선거판을 농단하려 든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공천장사꾼을 불러들이는 퇴행적 제도를 그대로 두고 정치 개혁을 운운한다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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