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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로벤과 로번

결전의 날이 밝았다. 대표팀이 지난 2002년에는 4강까지 오르는 성적을 낸 바 있었는데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일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축구를 관람할 줄 아는 재미에 남녀노소를 무론하고 푹 빠졌다는 점일 것이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이 남자들의 군대 시절 이야기 그리고 축구 이야기라고 했으니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군대 시절의 축구 이야기라 할 만하다. 축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난 한일 월드컵으로 바뀌었으니 대단한 변화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런 월드컵의 열기에 딴지를 거는 듯한 일이 생겼다. 늘상 불러서 입에 익은 선수 이름이 틀렸다고 고쳐 불러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오웬’은 ‘마이클 오언’으로, ‘마하엘 발락’은 ‘미하엘 발라크’로, ‘아르옌 로벤’은 ‘아르연 로번’으로, ‘라파엘 반 데어 바르트’는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로 ‘루드 반 니스텔루이’는 ‘뤼트 판 니스델로이’로,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호나우디뉴’는 ‘호나우지뉴’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일요일 밤 세르비아와 경기를 치른 네델란드팀의 ArjenRobben은 ‘로번’과 ‘로벤’으로 표기가 번갈아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이런 혼동은 경기 관람자의 심기를 어지럽히기에 충분하다. 등에는 Robben이라 쓰여 있으니 ‘로벤’이 맞는 듯도 하다. 그런데 그리 발음하지 말고 ‘로번’이라 하라니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선수들의 이름을 바로 잡은 기구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이다. 이 위원회에서 지난 5월 25일 심의를 통해서 외국선수들의 이름을 그렇게 바꾸기로 하였다.

 

사람의 이름은 일반 단어와 달리 고유성이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실제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이 옳다. 물의 도시 ‘Venezia’는 셰익스피어의 회극 ‘베니스의 상인’의 배경도시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베니스’라 발음하지만 현지에서는 ‘베네치아’라고 발음한다. 이렇게 두 발음이 공존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그 지명이 전달되어 온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영어권을 경유한 발음인 ‘베니스’가 우리에게는 먼저 도착(?)한 것이 원래의 발음 ‘베네치아’가 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 축구선수들의 이름도 기왕의 잘못을 바로 잡자는 좋은 뜻으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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