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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다양성과 보편성

초롱이 이영표 선수가 최근 우리 축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지금대로라면 20년이 지나도 월드컵 16강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팀만 잘하는 축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4위라는 성과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뜻밖의 발언으로 들린다. 이영표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토트넘에서는 유소년팀이 쓰는 잔디구장만 해도 13개나 된다고 하니 우리 형편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런데 이런 말을 실력이 되는 이영표 선수가 했으니 망정이지 싶다.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이 소위 ‘선택과 집중’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만 하더라도 2002년의 성과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족집게처럼 선수를 선발했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킨 기간은 당연히 다른 나라 대표팀 훈련기간보다 길었다.

 

사실 이영표 선수도 이런 선택과 집중의 수혜자 중 하나다. 그는 덕분에 네덜란드를 거쳐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환경이 대표팀에 맞춰지는 선택형보다 축구 전반에 관심을 갖고 유소년축구부터 대표팀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역설적이다. 이는 축구인구 저변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명품을 유난히 좋아한다. 달리 표현하면 일등주의이다. 하지만 일등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결국 패배자로 남는다. 이러한 구도가 축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러한 명품 개념이 숨어 있다. 명문 학교를 다녀야 하고 명문 회사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한다. 그러한 엘리트 코스를 이탈한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한 줄 세우기, 서열화를 신봉하는 한 이러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축구를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수단보다 그 자체로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대표 선발에서 제외되었지만 해설을 하면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 차두리 선수도 그 중 한 명이다. ‘차두리의 굴욕’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축구에서도 우린 배울 게 많다. 선택과 집중보다 다양성과 보편성이 더 강하다는 사실은 축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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