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덕(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
한 5년쯤 전의 일이다. 교동 한옥마을 개발에 관련된 의견이 분분했고, 전주역사박물관 건립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전주 문화판에서 이리 저리 잡일(?)을 하고 있던 젊은 연구자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맞바람을 피운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지역문제에 대한 기탄없는 이야기들이 오고갔었다. 대략 2시간 정도 진행되는 사이버 공간의 만남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말로 가감없이 내 뱉어버리는 그 공간은 변화에 목마른 30대 힘의 분출구였기도 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40대 중반의 언저리에 앉아 30대와 50대를 위아래로 바라보면서 낀 세대가 되어가는 것을 족히 느끼고 있다. 맞바람에서 이야기한 것은 당시에 진행되고 있던 한옥마을 개발방식, 향토사박물관, 전주시의 문화판 등등에 대한 맞바람 회원들의 기본적인 고민은, 지역 문화판의 주체이고 방향성에 놓여있었다. 뜬구름 잡는 원론을 말하지 않고 무엇을 위해서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백가쟁명식의 진지한 잡담들이었다. 그때 갈무리한 파일을 보고 있으면 웃음도 나고, 그런 열정은 어디에 간 것일까 하는 자조감에 빠지기도 한다.
지역문화의 주체와 방향에 대한 논의의 틀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지역의 문화판이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문화판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그 한 구석에는 지역이 배제된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학교 출신이 있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를 받았다는 등 학연과 지연이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고, 건전한 비판과 의견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바닥에서도 젊은 피들은 힘 있게 버텨내고 있다. 전주시내 문화시설들에 종사하는 20-30대의 힘은 그래서 아름다워 보인다. 열악하고 힘든 상황을 굳이 내색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삼척동자라도 그건 이제 모두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젊은 문화일꾼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의 맞바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때 거침없이 쏟아 내었던 지역문화를 사랑하는 힘 그 힘에서 부는 그런 맞바람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시설이라는 현실 속에 갇혀 평가의 굴레를 벗어나 버릴 수 없겠지만 20-30대 문화꾼들의 맞바람은 불어야 한다.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문화판이 더 오래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젊은 문화꾼들의 맞바람이 크게 일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주 문화정책의 실패는 곧 이들에게 있음을 이제는 조곤히 앉아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 홍성덕 연구사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에 근무하다 전주로 내려와 전주시청 연구원을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대통령비서실 정책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등을 맡고 있다.
/홍성덕(전북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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