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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히포크라테스의 눈물

의학을 공부한 사람치고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매년 의대 졸업식장에선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낭독되기 때문이다.

 

2500년 전 그리스에서 살았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날 ‘의학의 아버지’ 혹은 ‘의성(醫聖)’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와 그의 제자들이 남긴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상당수가 지금도 의학적으로 유용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의사들의 윤리를 언급한 부분이다. “의사 아폴로와 아스클레피우스, 퓨기에이아, 파나케이나를 비롯한 모든 남녀 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이들 신을 증인으로 하여 나는 맹세하노라 …”로 시작하는 이 ‘선서’ 원문은 9개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이것을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 현대적 문법으로 고쳐 채택했고, 1968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제22차 세계의학협회에서 개정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의대에서 사용하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는 내용이다.

 

이 선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은사, 양심, 환자, 동업자 등에 대한 맹세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 전집에는 선서와 함께 ‘의사의 마음가짐’이라는 글이 이어진다. 그 중 제4절에는 “모름지기 훌륭한 의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명예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조속히 처치하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 부터 유산을 받는 것보다 유익한 일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일부긴 하겠지만 의료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저 관행적으로 낭송하는 종잇장에 불과해진다. 의료전문가로서의 명예보다는 의료자본가가 되어가는 것이다.

 

전국의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 5만여 명이 엊그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의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북에서도 의료기관 2300여 곳중 73%인 1600여 곳이 휴진을 했다. 그리고 의사 등 1700여 명이 과천으로 달려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세번째에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고 하고 있다. 그들은 병원 문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눈물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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