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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로스쿨 등록금

백성일(수석논설위원)

옛 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다.지금은 개천에 용이 없다는 것이다.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난다는 말이다.별로 존중이 섞인 의미 같지는 않다.서울대 김대일 교수가 쓴 '빈곤의 정의와 규모 '라는 논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빈곤한 이들이 끔찍한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확률이 고작 6%에 지나지 않는 빈곤의 함정에 깊히 빠져드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기회가 과거와 고시 합격이었다.신분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지름길로 통했기 때문이다.지금도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고시에 인생을 걸고 있다.사법고시는 오는 2012년까지만 시행된다.서울대를 비롯 전국 25개 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이 내년 3월부터 개원하기 때문에 2013년부터는 현행 사법고시가 없어진다.

 

사법고시는 출세를 위한 등용문이나 다름 없다.물론 합격자수를 늘리면서 그 희소가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사시는 선망이 되고 있다.후한서 이응전에 나오는 등용문은 중국 황하 상류에 있는 용문이라는 계곡에서 전래되었는데 이곳을 흐르는 여울이 어찌나 세차고 빠른지 큰 물고기도 여간해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다고 한다.그러나 일단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것이다.사시가 갖는 매력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하지만 내년에 개원할 각 대학의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다.성균관대의 로스쿨 등록금이 연간 2100만원대로 가장 많다.서울대는 1380만원대며 전북대는 950만원으로 가장 적다.지금도 사립대 등록금이 천만원대를 뛰어 넘어 학부형들의 등골이 휘어 지는데 로스쿨 등록금을 이대로 책정하면 서민들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로스쿨 등록금이 출발부터 약자에게 일종의 진입규제로 작용하는 현실 앞에 기회의 균등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로스쿨 등록금이 비싼 것은 대다수 대학들이 정원 배정을 고려치 않고 무작정 로스쿨 유치를 위해 과잉 투자를 한 탓이다.미국 로스쿨은 연간 등록금이 3만달러 정도다.이런 추세라면 결국 돈 있는 부유층 자녀들만 판 검사 변호사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백성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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