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태(기업은행 부행장)
6월은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일과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인 6.25가 있는 호국, 보훈의 달로서 국가적인 큰 행사가 진행되고 온 국민이 경건한 생활을 하고자 노력하는데 의미가 있는 달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나라의 존립을 위해 공헌한 국가유공자를 예우하며 애국정신을 함양한다는 취지에서 제정 된 "호국 보훈의 달"은 우리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며 무한 경쟁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충일 행사 등이 너무도 형식적이고 의미보다는 행사에 치중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 해 본다. 하루의 휴일 정도로 생각하고 험난했던 우리나라 과거의 역사와 선조들의 희생정신이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한 목숨을 기꺼이 바치고 희생하고 그로 인해 유족들의 집안이 몰락하기도 하고 자손이 단절되기도 하였으며 고통스런 참상 등이 후대까지 승계되어지는 내용 등을 언론을 통하여 보게 된다.
2008년 6월 6일 현충일, 전북 완주군 비봉면 내월리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조촐히 진행되었는데,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200여명의 이웃들이 모여 진행한 역사의 현장에 필자도 광복회의 한 가족으로서 참석하였다.
광무(光武)9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일문 9명의 어른들이 의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였으며 일제의 의병토벌이 심해지자 이들은 지하로 잠적하였다가 체포되어 한 분은 금마 헌병대에서 총살형으로 즉결처분되었고 나머지 8명도 옥고를 치루었고 출옥 뒤 얼마 되지 않아 형독(刑毒)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이들이 가정을 돌보지 못하게 되자 자손들의 삶은 참상에 이르게 되었으며 3명은 아예 절손이 되었다.
지난 82년 고산 향교의 유림을 주축으로 유(柳)씨 한 문중(門中)에서 9명의 의거활동 내용 등을 알리며 9의사 사적비건립운동이 일어났고 주민들의 추앙운동이 거세지자 정부에서는 오랜 시일에 걸쳐 이들의 자료와 재판 판결문등을 조사하고 파악하여 그 공적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9명 가족에게 건국훈장을 주어 독립투사들의 명예 회복과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그 뒤 먹고 살기에 어려운 생활고로 감히 함께 모여 선조님들에 대한 추모를 생각하지 못하다가 유족끼리 의견 등을 나누고 서로 소식을 알고 지낼 수 있는 유가족이 5가정이 한 마음이 되어 작년부터 그 뜻을 후손들에게 알리고 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을 모아 정부에 의지하지 않고 자발적인 행사를 열었다. 너무도 뜻 깊은 행사에 참석한 많은 어르신들이 감동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으며 젊은 청년들에게는 선조들의 얼을 이어받자고 다지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
한 국가를 뛰어넘어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대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과거의 역사를 재인식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과 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 유가족에게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됨과 동시에 더욱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한 굳건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 본다.
/유희태(기업은행 부행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